트럼프, 인종차별적 발언 '역풍 자초'…"탄핵조사는 린치"(종합)

'린치' 2015년 이후 처음 써…지지자 결집 위한 노림수?
인종차별적 언사에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조사를 '린치'(lynch)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고 있다. '린치'란 용어는 미국 사회의 가장 예민한 인종차별이란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라 정가가 시끌시끌하다.

린치란 사전적으로는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상대방에게 잔인한 폭력을 가하는 행위 일반을 일컫는다. 다만 미국에서는 남북전쟁(1861~1865년) 이후 남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을 불법적으로 처형하는 행위를 지칭해 왔다.

더힐·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언젠가 한 민주당원이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의회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은 정당한 절차나 공정성, 법적권리 없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화당원들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것. 린칭을 기억해야 한다"고 적었다.

헌법에 명시된 법적 절차를 놓고 '린칭'이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탄핵조사와 관련해 전현직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나왔다.

정적을 공격할 때 '쥐가 들끓는다' '멍청하다' 등 과격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린칭'이란 단어를 쓴 건 공화당 경선 기간인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백인 노동자층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이 쏟아졌다. '흑표범단'(미국의 극좌 흑인 과격파) 출신 바비 러시(민주·일리노이) 하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탄핵이 '린칭'(LYNCHING)이라고 생각하는가? 도대체(What the hell) 뭐가 문제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조차 "'린칭'은 내가 사용하곤 했던 말이 아니다"라며 "나는 그런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탄핵조사는 모든 면에서 린치"라며 "누군가가 싫다는 이유로 그를 잡아채면 그게 린치"라고 대통령을 옹호했다. 다만 이 용어가 적절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건 정치적인 것이다. 문자 그대로 대통령이 린치 당하고 있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어난 일과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순간'을 비교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탄핵조사가 적법한 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가 '공식적' 절차를 밟고 있는게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사실 탄핵 절차에 '린치'란 단어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3년 워터게이트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옹호자들은 상원 워터게이트 위원회가 '린치 마피아 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닉슨 지지집회를 이끌던 유대인 바루크 코프는 "미국 의회에 스며들고 있는 린치 정신병에 도전한다"는 구호를 내세우기도 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