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 법적 문제는 없나

법률 전문가 "셧다운 속 권력 남용으로 간주될 수"
트럼프 취임 이후 2년새 3차례 국가 비상권 발동

멕시코의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선을 따라 배치된 미국 국경순찰대원.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 정부와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장벽을 쌓겠다며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해 이민자 가족의 망명 신청이 결정되는 동안 신속히 추방하거나 장기간 구금할 수 없도록 한 미국의 법과 법원 명령을 제한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이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을 위해 자연재해나 전시에 사용하는 비상 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을지 사실 확인에 나섰다.

미 뉴욕대 브레넌 사법센터의 엘리자베스 고이테인 자유-국가안보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는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매우 쉽다"며 "솔직히 실제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인 한계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가비상사태는 전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이미 세 차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작년 9월 미국 대선에 개입한 외국 배우를 처벌하고 11월 인권 유린과 부패 혐의로 니카라과 정부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비상 지휘권을 발동해 자산을 압류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의회의 권한은 없을까.

1976년 미국 의회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권력에 일정한 견제와 균형을 제공하는 국가비상사태법(The National Emergencie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의회에 통보하는 등 특정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법에 따라 행정부는 의회에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해야 하며, 상하원 모두 동의할 경우 국회의원들이 비상사태를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장악하고 있어 의회가 비상 사태에 제동을 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민주당은 대통령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고이테인 책임자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사태를 초래한 의회와의 교착상태에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이는 대통령의 권력 남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비상사태는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거나 정치적 절차를 단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긴급 상황에 이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의 상황을 인도주의적, 국가 안보 위기로 보고 있다. 그는 이날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경고하며 "인신매매범과 마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밖에도 테러리스트들이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angela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