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첫 여성 CEO…'성희롱 근절' 지휘봉 쥐었다

성희롱 논란 '제3의 인물'…빌 샤인 공동대표 사임
감시단체 "사임은 기본적 책임… 근절 어려울 것"

루퍼트 머독 폭스그룹 회장. ⓒ AFP=News1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성희롱 논란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 폭스뉴스가 전면적인 사내 문화 개혁에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루퍼트 머독 폭스그룹 회장은 1일(현지시간) 빌 샤인 폭스뉴스 공동대표의 사임을 밝혔다. 머독 회장은 내부 성명을 통해 "슬프게도 빌 샤인이 오늘 사임했다"며 "폭스뉴스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아끼고 존경했다. 빌이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다.

샤인 대표는 프로듀서로 입사해 20년간 폭스뉴스에 몸 담은 인물로, 지난해 로저 에일스 전 대표가 성희롱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한 뒤 뉴스 부문 대표직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전 간판 앵커인 빌 오라일리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1년도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머독 회장은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샤인 대표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성희롱 논란에서 '제3의 인물'로 불릴 정도로 에일스, 오라일리 등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샤인 대표가 에일스 전 대표의 성희롱을 알면서도 침묵했으며 일부 피해자들을 되레 협박한 사실도 알려졌다.

머독 회장은 대표 자리에 수잔 스콧 부사장과 제이 왈라스 부사장을 임명했다. 스콧은 방송 편성을, 왈라스는 뉴스 부문을 이끌게 된다. 잭 애버네티 광고 및 마케팅 부문 대표는 유임됐다.

특히 스콧 부사장의 승진 발령이 눈길을 끈다. 스콧 부사장은 폭스뉴스 창립 21년 만의 첫 여성 대표로,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인사에서 존중·신뢰 중심의 사내 문화를 형성하려는 머독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는 지난해 에일스 전 대표가 사퇴한 뒤에도 성희롱과 관련한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장수 프로그램인 '오라일리 팩터'(The O'Reilly Factor)를 이끈 간판 앵커 오라일리가 수 년간 성추행 물의를 일으켜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나 언론 감시 단체인 '미디어 매터스'는 이번 조치가 폭스뉴스의 뿌리깊은 성희롱 문화를 완전히 뿌리뽑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 단체의 앤젤로 카루손은 "빌 샤인의 사임은 폭스뉴스에게 여성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타낸다"며 "(성희롱은)유명인사 몇 명에 국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폭스뉴스의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라며 "이는 폭스뉴스가 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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