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최고 금값 랠리, 정치 향한 전세계적인 분노"

트럼프 취임과 유럽 각국 선거로 불확실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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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금 가격의 최근 상승세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정치 지형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이어진 일련의 행보도 투자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며 최근 금값 랠리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멕시코와 같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과의 충돌이나 주 당국과 연방정부간 법적 소송으로 번진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WSJ는 지난 1년간 각국 중앙은행이 펼친 대규모 통화완화 조치 따라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금값 상승은 정치가 어떻게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드러낸 가장 최근의 실례라고 지적했다.

INTL FCStone의 에드워드 메이어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은 정치가 경제 구조 본질 자체를 위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그다지 큰 영향 미치지 않았으나 이제는 마치 지뢰밭 처럼 많은 일들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리스 경제 위기로 유럽연합(EU) 전체에 위기감이 확대됐던 이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정도로 고조된 적은 없었다"면서 "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까지 근접했던 2011년 이후 금과 다른 안전 자산의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4월 예정인 프랑스 대선을 비롯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올해 실시되는 각종 선거도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각국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가 득세하면 국경 통제가 강화되고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아예 유로존 탈퇴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극우단체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정책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 AFP=뉴스1

이같은 투자자들의 불안은 금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7%나 올랐다. 이에 따라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가치도 지난해 12월에 비해 34% 올라 지난 1일에는 168억달러를 나타냈다.

노이버거 베르만의 자산배분 최고투자책임자 에릭 누첸은 "국가주의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투자의 위험요인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 달러 약세도 금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UBS는 고객들에게 발송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금값이 달러 약세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온스당 1300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세금 감면과 대형 인프라 지출의 시행 시점도 투자자들이 금 시세와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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