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NYT 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현대 미국 역사에서 최악의 후보'로 혹평하며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공식 선언한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Why Donald Trump Should Not Be President)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유권자들에게 심고 있는 이미지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이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트럼프가 스스로를 '재무의 마법사'로 포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트럼프는 그가 쌓아올린 막대한 자산에도 불구, 트럼프 대학이나 트럼프 카지노 등 파산을 하거나 불분명한 사업을 이끈 전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후보를 비롯, 대선 후보는 선거 전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한다는 미국의 오랜 관습을 깨고 트럼프는 아직도 납세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납세내역 공개 거부에 유권자들이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와 자선재단의 투명성에 의심을 갖고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재단 기부금으로 25만8000달러(약 2억8800만원)에 달하는 사업 관련 벌금과 합의금 비용을 충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NYT는 트럼프의 '있는 그대로 말하는 직설가' 이미지에 대해서도 "국가안보 관련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 후보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시킬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IS 격퇴 전략의 윤곽을 공개하지 않고는 실제로 그가 '국가안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유권자들이 알 턱이 없음에도, 트럼프는 "적들에게 (계획을) 알려줄 수 없다"는 '우스꽝스런' 이유를 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가 거듭 주장하고 있는 '입국 전면금지'와 '미국내 1100만 불법이민자들의 추방' 공약마저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스윙보터들을 의식해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NYT는 트럼프 후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이른바 '버서'(birther) 논쟁을 최근에서야 번복한 것 또한 스윙보터들을 겨냥한 '기회주의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캠프가 2008년 버서 논쟁을 시작했고 내가 끝낸 것"이라며 오히려 클린턴 후보에 버서 논란의 책임을 돌렸다.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낙태에 대해 8시간 동안 3번에 걸쳐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등 지난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래 지금까지 20가지 주요 현안에 대해 117차례나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가 '정부를 바로잡고 세계 지도자들을 압도할 전문 협상가'로 자신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미·중관계, 무역협정에 대해 갖고 있는 의구심 때문에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국가안보,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다시 벌이겠다는 트럼프의 공언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찬양섞인 발언을 일삼으며 러시아 야권인사들에 대한 푸틴의 독재적인 학대와 언론 탄압 행위를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는 스스로를 '미국과 세계를 변화시킬 주도자'로 여기고 있는데 NYT는 "유권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변화를 트럼프가 정말로 불러올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고 권했다.

이어 부유층 세금을 삭감함으로써 미국민들의 재정적 미래를 확보할 수도, 동맹국을 소외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안보를 지킬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백만 미국인이 의존하고 있는 건강보험 체계,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하면서도 그에 따른 대체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체결된 파리 기후협정 폐지를 비롯해 포로들에 대한 물고문 부활, 한국·일본의 핵무장 용인 등 그가 내놓은 '어불성설'은 끝도없이 이어진다.

NYT는 교육 개혁, 빈곤율 극복 등 그가 침묵하고 있는 분야들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것을 권장했다. 그러면서 "대담할 정도로 다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도전하는 이들을 잔인할 정도로 조롱하고 다른 나라와 종교에 대한 원초적인 일반화를 일삼는 그의 정확한 자격에 대해 한번쯤 멈춰서 주목해보라"고 강조했다.

l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