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리츠커상, '반쪽짜리 집' 건축가 아라베나 수상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48). ⓒ News1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48). ⓒ News1

(AFP=뉴스1) 김혜지 기자 = 칠레 출신 사회운동가이자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48)가 2016년 프리츠커상을 최연소 수상했다.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수상 위원회는 아라베나의 '반쪽짜리 좋은 집(half a good house)' 프로젝트를 수상 이유로 강조했다. 아라베나는 2003년 칠레 이카케에서 공공자금을 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이 건축물은 말 그대로 '반쪽'이 비어있어 거주민들이 손쉽게 공간을 메우고 증축할 수 있다. 돈을 벌어 생활 수준을 자발적으로 높이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빈 외벽이 채워짐으로 인해 눈에 보이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아라베나가 설계한 '반쪽짜리 좋은 집' . 노란 부분이 증축된 부분이다. ⓒ News1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하야트 재단의 톰 프리츠커 회장은 아라베나가 "혁신적이고 영감을 준다"며 "건축물이 어떻게 주민들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아라베나는 "영향력 있는 강력한" 디자인을 통해 21세기가 안고 있는 중요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일깨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칠레에서 일어난 2010년 대지진 당시 피해가 극심했던 콘스티투시온의 복구를 도와 수상 위원회로부터 "자연 재해의 영향을 완화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엘레멘탈이 아라베나와 함께 칠레 콘스티투시온에 복구한 집. 모두 절반이 비어있다. (CNN 캡처) ⓒ News1

아라베나는 2001년 설립된 건축가 단체인 '엘레멘탈' 소속이다. 단체는 생각에 멈추지 않는 행동력을 강조해 '싱크 탱크(think tank)' 대신 '두 탱크(do tank)'임을 자처했다.

아라베나는 단체와 함께 '반쪽짜리 좋은 집'을 포함해 2003년부터 2500채가 넘는 집을 지었다. 대부분 도심 저소득층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라베나의 공로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 모든 일은 원래 미지의 영역이었다"며 "2000년에만 해도 우리는 '보조금'이 뭔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대신 그는 "멍청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자신의 성공 동력이라고 조언했다.

아라베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동료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 꼽힌다. 건축계에 유명한 마커스상과 에리히쉘링 건축상을 수여 받기도 했으며 앞서 6년 가량 프리츠커상 수상 위원으로도 일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