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셧다운 장기화 조짐…세계 각국 여파 감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각국이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이로 인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가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을 놓고 10월 시작되는 2014회계연도 예산안 통과를 지연시키면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 정부는 필수 부서를 제외하고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미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각국에서 미 정부 셧다운의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예정됐던 동남 아시아 순방 일정을 전격 축소했다.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4개국 방문 일정중 일단 말미 두국가 일정을 취소했다. APEC 정상회의 참석 등 앞의 일정도 국내상황에 따라 취소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운영에 차질이 생겨 세계 곳곳에 지진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명성에 금이 갈 지경이다.

USGS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진과 같은 생명과 직결된 정보의 경우 업데이트를 지속하지만 정확성과 신속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워싱턴 파벌 정치의 추한 일면이 다시 전면에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미 정부 폐쇄에 대해 "즉각적 여파는 제한적이지만 드라마같은 상황이 수일 혹은 수주 동안 계속된다면 그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도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폐쇄와 더불어 이번달 중순 정부의 부채상한이 증액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셧다운! 중국이 미국에 쏟아 부은 돈은 어떻게 되나"고 묻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대학 산하 미국연구센터의 데이비드 스미스는 "미국이 실제 디폴트에 빠진다면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는 꼴이며 이는 재앙적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일간 익스프레스는 미국의 상황에 대해 "너무나도 익숙한 워싱턴의 치킨 게임"이라고 비난했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쓸모없는 정치 갈등"이라고 힐난했다.

유럽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미국의 정부폐쇄가 "계속되면 리스크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위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해외 출장 업무중이던 미국 공무원들도 정부폐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 정부의 과학연구원인 마이클 라자로우는 과학콘퍼런스에 참석차 30시간 비행끝에 호주 퍼스에 도착했지만 파킨슨병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했다.

라자로우는 호주 현지 방송국 ABC에 "콘퍼런스에 계속 참석하거나 연구보고서 공개는 연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퍼스에 와서 연구보고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이제 그 모든 노력과 시간은 쓸모없게 됐다"고 말했다.

kirimi9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