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보다 인기 있다던 포르노, 이런 비열한 흑막이…

21일(현지시간) '엄마들의 포르노'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E.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비밀'을 들고 있는 제임스 코넬 변호사. 코넬은 자신의 의뢰인이자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중인 9·11테러 혐의자 아마르 알 발루치가 교도관이 건넨 이 소설이 가진 사회적인 이미지를 모른 채 법정에 들어갔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News1
21일(현지시간) '엄마들의 포르노'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E.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비밀'을 들고 있는 제임스 코넬 변호사. 코넬은 자신의 의뢰인이자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중인 9·11테러 혐의자 아마르 알 발루치가 교도관이 건넨 이 소설이 가진 사회적인 이미지를 모른 채 법정에 들어갔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News1

이슬람계 테러리스트들이 다수 수용된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수용소에서 포르노 소설이 코란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은 교도관들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9·11테러 공모 혐의로 관타나모에 수감 중인 아마르 알 발루치의 변호인인 제임스 코넬은 21일(현지시간) 발루치가 자신의 재판에서 들고 나온 영국 소설가 E.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하 그레이)'가 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간수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부호와 여대생의 연애를 주된 줄거리로 하는 그레이는 노골적인 성묘사로 인해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문제는 발루치가 이 소설이 뭔지도 모른 채 법정에 들고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급진이슬람 테러리스트들도 코란보다 포르노를 더 읽는다고 비아냥대는 기사들이 확대재생산됐다.

코넬은 발루치가 "관타나모에서는 코란보다 소프트 포르노인 그레이가 죄가 무거운 재소자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많다"고 한 민주당 하원의원인 짐 모란의 말을 전한 뉴스를 접하기 전에는 이 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책 제목도 '그레이의 30가지 그림자'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법정에서 조차 정해진 시간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이슬람계 재소자들의 경건한 이미지에 정면으로 타격을 입히는 모란 의원의 발언은 많은 언론에 의해 널리 보도된 바 있다.

코넬은 이어 "발루치가 그레이를 법정에 들고 들어간 것은 그가 먼저 교도관들에게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교도관들이 그에게 책을 건네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발루치로부터 그레이를 전달받은 코넬은 이를 수용소의 법률 고문에게 넘겨주기 전까지 금고에 보관할 계획이다.

또 한 가지 의혹은 수용소 도서관의 보유 목록에 없는 이 책이 어떻게 수용소 안으로 반입됐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코넬은 교도관들이 발루치에게 이 책을 건넨 것이 이슬람을 조롱하는 못된 장난이거나 재소자들에게 일종의 그릇된 이미지를 심으려는 계획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수용소 관계자는 "재소자들의 생활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된 바 없다"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9·11테러 용의자인 람지 빈 알 십의 변호인인 제임스 해링턴은 지난 20일 열린 재판에서 있었던 십의 불평에 대해서는 발루치 때와 달리 수용소 측에서 즉각 대응에 나섰다며 수용소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수용소 대변인은 앞서 십이 자신의 식단에 올리브와 꿀이 없는 것에 불평하며 식사를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링턴은 이에 "수용소가 십을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그릇된 인물로 만들기 위해 이 사건을 공개했다"며 " 수용소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발루치와 십은 9·11 테러리스트를 양성하고 자금을 대준 혐의로 수감된 5명의 재소자들 중 2명이다.

find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