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석유자원 막강권력 이브라임, 누구?

키레나이카 반군단체 수장 이브라임 알 자트란. © 로이터=뉴스1

(브레가, 로이터=뉴스1) 양은하 기자 = 리비아의 석유 권력의 절반 이상이 이미 반군들의 수중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키레나이카 연방주의(Cyrenaica Federalists)'는 리비아 최대 원유수송항인 브레가를 장악하고 리비아 경제 뿐 아니라 국제유가까지 막강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배후에는 언제나 키레나이카 반군단체 수장인 이브라임 알 자트란(Ibrahim al-Jathran·33)이 있다. 그는 무아마르 카다피에 항거해 무장봉기를 일으킨 '전쟁영웅'으로 인정받는 인물로, 이제는 리비아가 석유로 벌어들이는 부를 나눠갖는 데 앞장서는 '해방전사'로 통한다.

자트란은 카다피 정부군의 숱한 회유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카다피의 군인이 되는 대신 반군에 가담했다. 결국 지난 2011년 10월 카다피에 대한 반란이 성공하면서 자트란은 동부지역 유전과 항구를 지키는 석유보안대 지휘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카다피가 물러난 이후에도 리비아에는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 카다피 몰락 이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정부 기구가 출범했지만 이슬람주의 무장 그룹과 군벌간 권력쟁탈전이 계속되면서 리비아는 다시 무법천지가 됐다.

이에 실망한 자트란은 올 여름 석유보안 지휘관을 그만두고 다시 반군이 되었다.

지난 7월 자트란은 그를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부대에서 이탈해 지금 리비아의 주요 오일터널인 에스 시데르(Es Sider)와 라스 라누프(Las Lanuf) 급유항을 점령했다. 지금은 리비아 석유보안대 사령부였던 건물에 입성, 수 만 명의 부하들을 지휘하고 있다.

자트란은 리비아가 군사적 혼돈에 빠져들면서 국가급 반군 지도자로 상승했다. 현재 그는 중앙 정부의 부패척결, 동부지역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 및 자치권 등을 주장하며 키레나이카 자치운동을 이끌고 있다.

카다피 정권 몰락 이전인 2010년 자트란은 정치범 사면으로 출소할 때까지 악명높은 감옥인 아부 살림(Abu Salim)에서 7년을 살았다.

자트란은 당시 중앙 정부의 부패한 엘리트들을 '석유도둑'이라며 맹렬히 비난하며 '반부패' 이미지로 많은 지지와 신뢰를 쌓아왔다.

자트란은 트리폴리의 영향력 있는 정부 관계자가 그를 매수하려고 돈을 제공했다며 그 때 받았다는 수표의 복사본을 로이터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경력과 성품은 현재 그의 인기에 큰 축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 연방제 주장…이면에는 '석유 이권'

자트란은 국가를 부족구성에 따라 세 자치 정부로 나누기를 원한다.

리비아는 이탈리아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51년 유엔에 의해 독립하면서 동쪽의 키레나이카 지역과 수도 트리폴리가 속한 서쪽, 남쪽의 페잔으로 구성된 연합왕국이 됐지만, 1969년 카다피가 무혈쿠데타를 일으켜 하나의 공화국으로 만들어버렸다.

자트란은 1951년 이드리스 왕이 수립했던 연정 방식을 지지하며 "연방제였던 1951년의 헌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기에는 '석유'라는 경제적 이권이 걸려있다. 리비아에 매장된 원유의 60%가 자트란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에 있지만 대부분의 수익이 수도 트리폴리로 흘러 들어간다.

동부 지방 부족들은 트리폴리 중앙정부에 의해 동부가 차별받고 있다며 동부의 지방 자치를 주장하고 자원분배 개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트란과 그의 반군이 석유를 구매할 구매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정부가 정부 소유의 석유를 사려고 들어오는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착상태는 세계 석유 공급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이미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도피처가 된 리비아를 더 위태롭게 하고있다.

이미 리비아의 석유생산량은 지난 4월 일산 160만 배럴에서 9월을 기준으로 25만 배럴로 감소했다.

하지만 자트란은 이달부터 원유를 국제시장에 내다팔 계획을 세워놓았다.

자트란은 "우리는 모두 석유의 혜택을 나눠 받을 자격이 있다"며 약 50억 달러 상당의 원유를 글로벌시장에 직접 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중앙 정부와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 권력의 한계

자트란의 연방제 주장은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자트란은 그를 따르는 병사들이 2만 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그의 권력이 미치는 범위는 아게다비아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역시 마치 이라크처럼 리비아를 반군들의 온상으로 몰아가는 이슬람교도인들의 반대에 부딪쳐있다. 벵가지에 있는 이슬람교도의 한 지도자는 자트란을 부족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벵가지에 거점을 둔 이슬람교도 단체의 대변인 아흐메드 알-즐레트니는 "우리는 연방제에 불만이 없다"면서 "문제는 이 것이 부족끼리 세력을 확장하려는 싸움이라는 사실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