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매체 "한국산 연료, 서방 제재 선박 통해 러시아 대거 반출"

"올해 7~8월 유조선 7척이 디젤 등 17.6만톤 러시아 극동 운송"
한국법 위반은 아냐…韓외교부 "전쟁 종식 국제사회 노력 적극 동참"

25일 울산 동구 울산항 부근 해상에 수출 선박이 오가고 있다.2025.8.25 ⓒ 뉴스1 김지혜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국산 연료가 서방의 제재를 받는 유조선들을 통해 러시아로 대거 밀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황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지지 기조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이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두 달간 한국 항구에서 디젤(경유)을 비롯한 연료 17만 6000톤 이상이 7척의 유조선에 실려 러시아 동아시아 지역으로 14차례에 걸쳐 운송됐다.

이 중 3척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었고, 1척은 한국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방식을 통해 화물을 실어 출처를 숨기고 항만 입항을 회피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는 에너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아이작 레비 연구원은 "EU 제재 대상 유조선들이 한국 항구에서 연료를 실어 러시아로 날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대러 제재 체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헬멧, 방탄복, 지뢰 제거 장비 등 비살상 군수물자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일정 부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 측도 무역 관계를 포함해 한국과의 관계 복원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연료 거래는 서방 파트너들이 제재한 선박들이 연루되어 있으나, 한국의 대러 제재가 산업용 기계, 전자제품, 차량 등 수출 통제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내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공개 건을 두고 우크라이나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상황에서 이번 선적은 서방의 대러 압박 전선에서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이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가디언은 주장했다.

항만 기록상 연료의 소유주나 판매처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주요 운송 선박인 제재 대상 '레일라'호는 울산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두 차례 항해하며 총 5만 7000톤의 디젤을 실어 날랐다. 이 배는 첫 항해 때는 목적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신고했으나 두 번째에는 일본 니가타라고 기재했다.

또 다른 제재 선박인 러시아 국적 유조선 '아스토리아'호도 울산에서 1만 1000톤의 연료를 실을 당시 목적지를 일본으로 속이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세 번째 제재 선박인 '청천'호는 입항하지 않은 채 8월 초 여수항 인근 해상에서 비제재 유조선인 '셀레스트 I'호로부터 약 2만 6000톤의 연료를 바다 위에서 옮겨 실은 뒤(환적), 목적지를 싱가포르로 허위 신고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이들 4척의 선박 소유주 및 관리사들은 가디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이날 의견문을 통해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적 회복에 기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러 수출통제의 이행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시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