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진핑 '2차대전 미중 동맹' 발언에 반발…"잘못된 역사관"

시진핑, '미중 파시즘 침략 맞서'…대만 "중공 아닌 대만이 기여"
트럼프 '동맹국' 발언엔 언급 없어…美 "미중 함께 전쟁 승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대만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이 함께 파시즘의 침략에 맞섰다”고 언급한 데 대해 “잘못된 역사관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28일 대만 중앙통신사(CNA)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중화민국이야말로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확고한 동맹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지울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대만이 시 주석의 2차 세계대전 역사 서사에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대륙위원회는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서로 종속되지 않는 주권국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자 대만해협의 현상”이라며 “중국 당국의 자기기만적 궤변으로 인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이 미·중 상호작용의 장을 통해 대만 관련 입장을 거듭 언급하고 대만 문제를 미·중의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와 연결하려 한다”며 “미·중 전략적 안정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병합하고 지역 평화와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려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륙위원회는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에야 성립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역사가 증명하듯 당시 미국과 진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중화민국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공산당은 한국전쟁 당시 ‘항미원조’를 내세우며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적이었다”며 “중국의 잘못된 서사가 중화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기여한 역사적 공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위중 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위원은 “시 주석이 2차 세계대전의 역사 서사를 중화인민공화국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이끌려 하고 있다”며 “대만이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었다는 점을 미국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중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도 “중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중화민국이 수행했던 역할을 대체하려 한다”며 “이는 우리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천팡위 타이베이 쑤저우대 교수는 최근 타이베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 공산당이 막대한 선전 자원과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끊임없는 시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만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발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선 환영 행사에서 “양국이 공통의 이익에 집중한다면 역사 속에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고 확신한다”며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우리가 동맹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국민들이 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함께 힘을 합쳤던 것처럼 시 주석과 저 역시 양국 모두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계속해서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미국이 연합국의 일원으로 함께 싸운 중국 측 정부는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장제스가 이끌던 중화민국이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 양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파시즘의 침략에 맞섰다”며 “중국인은 이 역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같은 날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도 “80여 년 전 양국 인민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에 맞서 싸웠다”며 당시 미군 수송 및 보급에 활용된 ‘더 험프’(The Hump) 항공 수송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항일전쟁 기간 중국군은 수백 명의 미국 조종사를 구해냈고, 수십만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며 “피와 불로 단련된 우정은 반드시 대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공개한 정상회담 결과 팩트시트에도 “두 정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중국이 동맹국으로서 함께 싸워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상기했다”고 명시됐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