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방영토' 방문 1달…'항의' 외에 뾰족한 수 없는 일본
높은 러 에너지 의존에 강경 대응 꺼려…중러·미러관계도 변수
자민당은 우크라 지원 강화 추진…"여러 조치 종합해야" 의견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가장 큰 이투루프섬(일본명 에토로후섬)을 방문한 지 1달이 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외교적 항의 외에 제재 등 대응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푸틴 대통령의 이투루프섬을 방문하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강력히 항의한다"며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외무성으로 소환해 항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 외에 현재 러시아에 대해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드미트리 메데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북방영토를 방문했을 때 일본은 주러시아 대사를 일시 귀국시켰다. 반면 모테기 외무상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주러 일본 대사의 소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외무성 간부는 대응 조치에 대해 "국제 정세와 일러관계를 살피며 국익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만 말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대응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배경에 일본의 높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10%는 러시아산이었다. 일본은 또 러시아 극동의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인 '사할린 2'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인해 중동의 에너지 조달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로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쓰루오카 미치토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러시아에 LNG를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로 영토나 주권 문제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본말전도"라며 "대통령이 북방 영토를 방문하더라도 일본의 대응 조치가 없다면 향후 방문의 장벽은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11일 러시아에 대한 언어적 항의에만 그치지 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히로세 요코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푸틴 대통령의 에토로후섬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일본은 영토 문제를 이유로 대리전에 관여하고 있다'는 선전 소재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북방 영토의 군사화나 통치 강화에 관여하는 인물·단체에 대한 제재, 주요 7개국(G7) 등과의 공동 성명, 역사 인식을 이용한 정보전에 대한 반론, 일본 주변의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활동에 대한 경계 강화 등 여러 조치를 종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관성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미러관계, 더욱 끈끈해지고 있는 중러관계도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일시 중단하고 러시아에 치우친 평화 구상을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안보 정책을 '신형 군국주의'라고 규정하고 일본 주변에서 공동 군사 활동을 늘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투루프섬 방문에 "세계 반파시즘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는 확실히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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