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초청받은 美학자, 입국 직후 구금…트럼프·시진핑 회담 쟁점"

WSJ 보도…"창문 없는 길이 12m 방에 갇혀 거의 매일 심문받아"
정확한 구금 사유는 불분명…이달 말 미중정상회담 의제 되나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미얀마계 미국인 학자 민 진. (사진=민 진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중국 측의 초청을 받아 쿤밍을 찾은 미국의 미얀마계 학자가 3개월 넘게 구금 상태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수학한 미얀마계 미국인 학자 민 진은 지난 6월 3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출발해 중국 쿤밍 공항에 도착했다.

민 진은 중국 교수의 초청을 받아 사흘간 경제협력 워크숍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는 가족에게 문자로 도착 소식을 알렸지만, 공항에 도착한 직후 구금됐다.

민 진의 가족은 같은 달 5일 광저우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부터 그가 윈난성에서 구금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그가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족과 미국 정부는 모두 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민 진의 가족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구금된 이후 몇 달간 '지정 거소 감시 거주'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제도는 중국 당국이 체포나 기소에 앞서 용의자를 비밀 장소에 구금해 심문하는 데 사용된다. 중국 법에 따르면 당국은 개인을 최대 6개월까지 이 방식으로 구금할 수 있다.

민 진은 길이가 약 12m로 추정되는 창문 없는 작은 방에 갇혀 지내고 있다. 방에는 침대와 화장실만 있으며 조명은 계속 켜져 있고, 두 명의 경비원이 그를 상시 감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정 거소 감시 거주'를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와도 일치한다.

그는 지난 7월 4일을 제외하고 매일 4~6시간 동안 심문을 받고 있다.

가족 대변인은 민 진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만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진은 구금 기간 중국 당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텔 회의실에서 미국 총영사관 관계자와 각각 30분씩 세 차례 면담했다. 그러나 가족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했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체포되거나 기소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구금 이유도 불분명하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창 대변인은 민 진이 수사 중이라는 의미의 '형사 강제 조치'를 받고 있다며 "(민 진의) 정당한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민 진은 공식 정부 기관들에 의해 중국으로 유인됐고 중국 보안 기관의 함정에 빠졌다"며 "그에게 제기된 혐의는 완전히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민 진은 미얀마 태생의 미국 귀화자로, 1988년 미얀마 반군부 시위에 참여했으며 미얀마의 민주화와 민족 분쟁을 연구해 왔다. 미국 정부는 그의 학생운동 경력과 미국 정부의 연구비 지원 이력이 중국 보안 기관의 주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민 진은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가 후원한 학술회의를 비롯해 여러 차례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민 진을 쿤밍으로 초청한 중국 교수는 "이야기할 주제가 많을 것이고, 아주 중요한 분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밝은 미소와 행복한 마음으로 와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된 것으로 지정한 자국민은 민 진과 지진학자 천유린 등 2명이다. 천유린은 2024년 11월부터 간첩 혐의로 구금돼 있다. 두 사람의 석방 문제는 이달 말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강화하거나 경제제재와 수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당 구금 지원국' 지정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민 진의 가족은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미국에 가족이 있는 중국인 에즈라 진 목사를 석방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석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의 귀환을 돕는 비영리단체 '글로벌리치'(Global Reach)의 에릭 렙슨 최고전략책임자는 중국 등 외국 정부가 "미국인을 체포하고, 이들을 이용해 거래나 양보를 끌어내거나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그들의 죄는 미국 시민이라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