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김정은 회동 팔걷나…홍콩 매체 "적극적 역할 의향"

11월 선전 APEC 계기 회동도 거론…왕이 '신중론'과는 온도차
北 '핵보유국 인정' 요구 가능성…관건은 결국 김정은의 선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할 의향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북미 대화 재개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두 명의 소식통은 SCMP에 중국이 북미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모든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회동을 중재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미국을 상대하는 일종의 지렛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소식통은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가 보장되는 경우에만 두 정상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실제 중재에 나서기에 앞서 미국의 의중도 확인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 측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결과가 무엇인지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는 중국이 최근 공개적으로 밝혀 온 신중한 입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북미 정상회담 중재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왕 부장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특히 미국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선전 APEC 계기 북미 회동 방안도 검토됐지만…확정된 건 없어"

SCMP는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만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사람이 회동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이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에는 김 총비서와의 잠재적 회동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답사 성격으로 특사가 선전과 항저우에 파견됐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만난 뒤 관련 준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북한을 향해 잇달아 대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기자들이 올해가 끝나기 전에 김 총비서를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총비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도 북한을 향한 유화 메시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기존 11일에서 5일로 단축됐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손짓'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담화에서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 공격적 성격의 군사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사실상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가수반이 트럼프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 정상 간 대화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9년 3월 2일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환송단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자료사진>.ⓒ AFP=뉴스1
北 '핵보유국 인정' 요구 가능성…'하노이 상처'도 변수

SCMP가 접촉한 소식통들은 김 총비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대가로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소식통은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추가 회담에 동의하기에 앞서 대북 제재 완화는 물론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둘러싼 외교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변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러시아와 군사·외교 관계를 크게 강화했다. 최근에는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중관계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뚜렷한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북미 정상회담에 서둘러 응할 유인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에게 남아 있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상처도 변수로 꼽힌다.

당시 김 총비서는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이틀 넘게 열차로 이동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제재 해제 문제에 합의하지 못했고 정상회담은 빈손으로 끝났다.

SCMP가 접촉한 세 명의 소식통은 김 총비서가 과거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으며,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실망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김 총비서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러라는 '뒷배'를 확보한 김 총비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섣부른 재회보단,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향후를 도모할 것이라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