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크로반' 뿜어낸 가을폭우에…日 지하차도 침수로 1명 사망
후쿠시마 지하차도 천장까지 순식간에 수몰…배수구 역류로 60대 여성 참변
지난달 수해 복구도 전에 또 물바다…기상청 "앞으로도 많은 비 계속"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동부와 서부 곳곳에 기록적인 가을 폭우가 쏟아지며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정체된 가을비 전선에 제24호 태풍 '크로반'이 열대저압부로 약화하면서 뿜어낸 막대한 수증기와 열기가 밀려들어 대기가 극도로 불안정해진 탓이다.
8일 NHK와 TV아사히 등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오전 후쿠시마현의 한 대형 쇼핑센터 근처 지하차도에 폭포수 같은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차량 2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물이 5m 높이의 천장 바로 밑까지 차오르면서, 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이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다른 차를 몰던 40대 여성은 문을 열고 간신히 탈출했다. 도쿄 인근 지바현에서는 빗길에 넘어져 2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지하차도에는 대형 펌프 2대가 돌고 있었지만 하천 수위가 이미 크게 높아져 물을 빼내지 못했다. 도로 감지기가 침수를 확인한 뒤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24분이나 걸렸고, 흙탕물이 워낙 짙어 구조 작업도 늦어졌다.
탈출한 생존자의 친족은 TV아사히 인터뷰에서 "차에 물이 들어온 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해도 열리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밀었더니 간신히 문이 열려 빠져나왔다. 난생처음 겪은 일이었고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다급했던 순간을 전했다.
지난달 큰 비 피해를 입었던 수도권 주민들은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비가 들이치자 망연자실해졌다.
한 달 전 침수 피해를 딛고 문을 연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물에 잠긴 편의점이 나왔고, 인근 식당 주차장도 온통 흙탕물로 뒤덮였다.
이틀 만에 다시 침수 피해를 본 한 라면집 점장은 "지난 침수 때 3주나 걸려 복구했는데 또 이 꼴이 됐다"며 "앞일을 생각할 수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파 농사를 짓는 구와타 겐지는 이번 비로 밭이 완전히 물에 잠기자 "남은 파는 10% 정도뿐이며 피해 금액은 4000만 엔(약 3억 5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어떻게든 힘을 내 복구하려 했는데 정신적 타격이 가장 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제는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쏟아진다는 점이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8일 오후부터 9일에 걸쳐 좁고 긴 띠 모양의 선상 강수대가 만들어져 물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일 낮까지 지역에 따라 최고 200~250㎜의 비가 더 내리고, 10일까지도 광범위한 지역에 거센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내린 비로 지반이 크게 약해져 있어 적은 비에도 산사태나 하천 범람 같은 대형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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