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ICC 아카네 소장, 美 공개비판…"정의가 승리해야"

"불이익받을 것 알아, 저항할 것…재판 업무 훼손 없을 것"
"판사 등 직원 사기 높아…對ICC 제재는 '법의 지배' 위기"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2025.09.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부과 대상에 오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아카네 도모코 소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재판 업무를 정상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카네 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또한 승리해야 한다(Justice will and should prevail). 그 신념을 관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카네 소장은 먼저 전날(25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제재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과 상충한다'는 등의 입장을 낸 데 감사를 표했다.

그는 "미국은 이전부터 ICC가 부패한 정치적 조직이며 국제법을 악용해 독립 국가의 주권을 빼앗아 왔다고 주장하나 가담한 사실이 없다"며 "지금까지 제재받은 판사,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제재받을 만한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알고, 가능한 한 저항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이를 도울 것이라는 기대도 표했다.

아카네 소장은 제재로 인해 "재판 업무에 대한 자세가 바뀌는 일도, 위협에 짓눌리는 일도 없다"며 "(업무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회원국과도 강하게 연대해 지원을 요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CC의 기능 마비 우려에 대해서는 "판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사기는 매우 높고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는 제재 이후에도 전혀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카네 소장은 "ICC에 대한 제재는 ICC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지배'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ICC는 최후의 보루다. 중대 국제 범죄 피해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ICC의 기능이 만에 하나라도 훼손되는 일이 있다면 피해자들을 구제할 장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탈퇴 등을 결정하지 않도록 힘써 달라"며 "법의 지배의 기수로서, 지역의 리더로서 앞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아카네 소장은 2018년부터 ICC 판사로 재직해 왔으며, 2024년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ICC 소장에 취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아카네 소장과 아브둘라예 세예 ICC 선임 공판변호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들이 "ICC의 관할권에 동의하지 않은 국가의 당국자들을 수사하거나 체포 및 구금 또는 기소하려는 ICC의 활동에 직접 관여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다.

제재 대상자가 미국 내에 보유한 자산은 동결되며, 사실상 미국 금융시스템과의 거래도 차단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과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대한 수사를 승인한 ICC 판사와 검사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