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 더 좋다"…中저예산 영화 뜻밖 흥행 'AI 시대의 역설'
애니 '뉴라이' 역주행 화제…AI 안 쓰고 母子가 5년간 직접 제작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악한 3D 그래픽으로 개봉 초기 관객들로부터 외면받던 중국의 저예산 애니메이션 영화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며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뉴라이'(牛来)는 개봉 초기 7000위안(약 140만 원)에 불과했던 흥행 수입이 최근 3146만 위안(약 65억 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태어난 직후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던 송아지 '뉴라이'가 꿈속에서 우정과 이별, 어미의 희생 등을 겪으며 용기와 책임을 배워가는 성장 이야기다.
영화는 뻣뻣한 캐릭터 움직임과 낮은 수준의 3D 그래픽, 어색한 대사 등이 특징이다. 개봉 초기에는 낮은 완성도 탓에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실제 개봉 후 9일간 누적 관객 수는 236명, 흥행 수입은 7169위안에 그쳤다. 하지만 영화의 일부 장면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제작 과정이 알려지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 영화는 신위멍 감독과 그의 어머니 쑨리팡 두 사람이 만들었다. 신위멍은 감독뿐만 아니라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조명·렌더링, 편집, 남성 캐릭터 더빙 등 제작 전반을 맡았다.
쑨리팡은 각본 작업과 여성 캐릭터 더빙에 참여했다. 영화 엔딩곡 '위허우칭펑유샹'(雨后清风有香·비 갠 뒤 바람은 향기롭다)의 작사·작곡과 가창도 직접 맡았다.
두 사람은 별도의 외주 제작진이나 대규모 외부 투자 없이 5년에 걸쳐 86분 분량의 영화를 완성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품질 영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영화의 조악함과 투박함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셈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음악가 케일런 모리아티는 AFP에 AI를 활용했다면 영상을 "10초 또는 그보다 빠르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AI를 사용하지 않고 시간을 들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극장가에서는 영화의 투박한 제작 방식과 닮은 진풍경도 펼쳐졌다. 영화가 별다른 사전 홍보 없이 개봉하면서 일부 극장에는 배급사 측의 홍보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영화가 화제가 되자 일부 극장 직원들은 직접 종이에 소 캐릭터와 영화 제목을 그려 포스터를 만들어 내걸었다. 이 같은 '손 그림 포스터'도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며 또 다른 화제가 됐다.
흥행에 힘입어 타오바오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노란색 소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와 피규어, 열쇠고리 등 관련 상품도 등장했다.
'뉴라이' 열풍은 중국 증시로도 번졌다.
중국어로 소를 뜻하는 '뉴'(牛)가 중국 증시에서 강세장을 뜻하는 '뉴시'(牛市)를 연상시키면서다. 사명에 '牛'가 들어가는 기업들이 이른바 '뉴라이 개념주'로 묶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투기 열기가 확산하자 중국 인민은행이 주관하는 금융시보는 지난 18일 논평에서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소'라는 글자만 보고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가 아니라 요행을 바라는 것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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