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패전일 추도사서 '반성' 삭제…'전쟁 책임' 지우기로 회귀
이시바 전 총리 13년 만에 되살린 "전쟁의 반성" 1년 만에 빠져
야스쿠니 신사에는 당 간사장 통해 공물 납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현지시간) 정부 주최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지난해 추도사에서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지금 다시 깊이 새겨야 한다"고 언급한 지 1년 만에 관련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도쿄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게 하지 않겠다"며 "이 결연한 맹세를 세대를 넘어 계승하고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전쟁 책임과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가한 피해,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는 추도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종전일에 주최하는 전몰자 추도식은 총리가 전쟁 인식과 대외 메시지를 드러내는 자리로 여겨진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 다시는 진로를 잘못 선택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전몰자 추도사에 "반성"이 들어간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었다.
'반성'은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1994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을 의식해 사용한 이후 역대 총리 추도사에서 중요한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3년부터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이 기조를 대체로 이어갔다. 이시바 전 총리가 한시적으로 복원했던 전쟁 반성의 메시지가 다카이치 정권 출범과 함께 다시 빠진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추도사에서 일본의 미래 역할과 안보 메시지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일본은 인도·태평양의 빛나는 등대"라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매체들은 이 표현이 아베 정권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과 맞닿아 있다며 과거 전쟁 책임보다 안보와 미래 국가상을 전면에 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아베 전 총리 등이 사용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다카이치 총리 추도사에서 "반복하게 하지 않겠다"로 바뀌었다. 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누구인지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서도 다카이치 총리는 직접 참배와 보수층 결집 사이에서 절충안을 택했다.
그는 총리 취임 전에는 종전일과 봄·가을 제사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왔지만, 취임 후 첫 8월 15일에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만 봉납했다. 중국과 한국의 반발, 향후 정상외교 일정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기카와다 히토시 오키나와·북방담당상,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도 함께 참배했고, 스즈키 간사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공물을 대신 봉납했다고 밝혔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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