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악몽에 몸서리"…日구마모토 주민들 대피소서 공포의 밤
2016년 이어 규모 7 지진 덮쳐…대형 쇼핑몰 폭발까지
"10년 전보다 심하게 흔들려…밖으로 대피했는데도 덜덜 떨려"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 남서부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10년 전 구마모토를 덮친 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 속에서 불안한 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28일) 오후 구마모토현에서 진도 7이 기록된 것은 2016년 4월 두 차례 강진(규모 6.5 및 7.3)이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이후 10년 만이다.
일본은 지진의 크기(규모)와 별도로 지역별 흔들림의 세기를 나타내는 '진도' 체계를 사용한다. 진도는 0~7까지 총 10단계(5·6은 약·강으로 세분)로 나뉘며, 최고 단계인 진도 7은 사람이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흔들림으로 건물 붕괴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지진 발생 1시간쯤 후에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에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 구마모토'에서 폭발로 인해 지붕과 외벽 일부가 무너졌다.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1명 심정지 상태로, 당국은 내부에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색 구조 중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50대 남성은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며 "푸드코트 근처에서 폭발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쇼핑몰에서 약 600m 떨어진 주택에 있던 60대 남성은 "지진 발생 당시 집에 있었는데 10년 전과 비슷한 흔들림을 느꼈다"며 "잠시 뒤 '쿵' 하는 폭발음과 함께 폭풍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17)은 "평소 자주 놀러 오던 곳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놀랐다"며 "손님들을 대피시킨 뒤 직원들이 다시 매장으로 돌아간 시점에 폭발한 것 같다.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에서는 이온몰 외에도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야쓰시로시의 일본제지 야쓰시로 공장에서는 굴뚝 등 구조물이 붕괴됐다.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9명은 아직 공장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히카와마치 야쓰시로 북부지역의료센터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응급실에 몰려들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부상자가 최소 60명을 넘었고 중상자도 여러 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구마모토시 주오구의 구마모토성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로부터 "성벽의 돌담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구마모토성은 2016년 구마모토 강진 당시에도 천수각 등이 파손됐으며, 돌담을 구성하는 석재 약 3만 개가 무너져 지금까지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마모토성의 상징인 천수각은 2021년 3월 복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대다수 주민은 10년 전의 공포가 되살아났다고 입을 모았다.
진도 7이 관측된 우키시에 사는 한 여성은 "선반 위 물건들이 떨어지고 가구가 쓰러져 집 안이 엉망이 됐다"며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보다 더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진이 계속되자 집 안 욕실로 대피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 사는 70대 남성은 자택에 있다가 강한 흔들림을 겪었다며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듯한 흔들림이었다. 10년 전 지진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도 6강이 관측된 야쓰시로시의 한 편의점 매니저는 "엄청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해 서 있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안에서는 음료 대부분이 진열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흩어졌고 깨진 유리 조각도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야쓰시로시에 사는 또 다른 여성(79)은 "무서워서 겨우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며 "지금도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는 대피소에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마모토시 히가시구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70대 남성은 "10년 전 흔들림을 떠올리게 하는 지진이었다"며 "구마모토 지진 이후 대비를 해둔 덕분에 상품 피해는 지난번보다 적을 것 같지만 흔들림의 강도는 10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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