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안보고 합격시켰는데"…中칭화대 '수학인재반'의 굴욕

세계적 수학자 추청퉁 설립 '구진서원'…실력 미달 약 20명 퇴학
추청퉁 "훈련된 '모범생' 아닌 독립 사고 능력 가능한 인재 원해"

구진서원 홈페이지 갈무리.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명문 칭화대가 수학 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특별반인 '구진서원(求真书院)'이 설립 5년만에 입시 전형 개혁을 추진한다고 차이신 등 중국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구진서원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1982년 필즈상 수상자이자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지낸 추청퉁(丘成桐·영문명 야우싱퉁)이 중국으로 돌아온 2021년 최고의 수학자 양성을 목표로 설립했다.

칭화대가 '천재'들을 위해 만든 특별반인 야오반(컴퓨터과학실험반), 즈반(AI 인재 양성), 양신반(양자컴퓨터 인재 양성)와 유사하다.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 없이 수학 한 과목으로만 평가해 수학 잠재력이 큰 학생들을 뽑는다.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약 100명이 이 전형을 통해 칭화대에 입학해 현재 총 700여명이 이 과정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한 학기의 예과반 과정을 거쳐 구진서원에 입학해 8년제 학사 과정을 마치면 박사학위가 주어진다.

그러나 수학 한 과목만 보다 보니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구진서원'이 명문대 합격 지름길로 여겨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구진서원 전형 응시를 위해 수학 문제 풀기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

문제는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이 당초 '구진서원' 설립 목표와 달리 수학 실력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이다.

최근 예과반 과정 학생들이 베이징시 가오카오 수학 문제를 풀었는데, 평균 점수가 110점(만점 150점)에 그쳤다는 소문이 나왔다. 이에 추청퉁 교수가 큰 실망을 했고,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 약 20명을 대상으로 퇴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학 분야의 학술 연구형 인재와 미래의 수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구진서원에서 AI나 생명과학 등 전공과 협력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에 기반한 것이며 기초 학문의 이론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학적 능력은 키울 수 있지만 문제 풀기, 추측하기 등의 방식으로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며 "일부 학생들이 이같은 교육으로 어쩌면 좋은 시험 성적을 얻었을 지 몰라도, 구진서원이 기대하는 수학에 강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있고 독립적 사고력과 수학 탐구 정신을 가진 학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추 교수는 "수학 인재는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상상력, 호기심, 의지, 열정, 넓은 시야, 문제 해결 의지와 능력이 필요하다"며 "학습 요구를 충족하지 않고 우리의 양성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들이 구진서원에 입학한다면 학생들에게 미래에 고통만 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진학원은 평가와 모집 방식에 변화를 줘 명문대 입학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진정으로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름길만을 좋아하고 공적과 이익에만 목적이 있는 사람은 연구의 거대한 시야를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