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반도체주 랠리 꺾이나…글로벌 운용사들 베팅 축소

피델리티 "신흥시장 성장주 줄이고 덜 오른 기업 투자"
"차익 실현 후 관망"…"독과점 기업 돼 여전히 유망" 주장도

6월 1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지수 9,000포인트 돌파를 축하하며 환호하고 있다.2026.06.18.ⓒ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랠리를 이어가며 세계 최대 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베팅을 줄이고 있다. 신흥시장 지수에서 반도체주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과도하다고 보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6개월간 시가총액을 거의 두 배로 늘리며 MSCI 신흥시장 지수의 29%를 차지하게 됐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캐롤라인 쇼 매니저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의 확산으로 주가 변동 폭이 커진 현상을 "중요한 지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별 종목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대신 신흥 시장에서 "덜 주목받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 이상인 이 세 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2026년 들어 신흥 시장 상승세를 주도해 왔다. 많은 신흥 시장 투자자들이 추종하는 MSCI EM 지수에서 이들 기업의 비중은 현재 인도 기업 전체의 비중보다 거의 세 배에 달하며, SK하이닉스의 비중만 해도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MSCI 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약 19% 상승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AI 관련 투자와는 상관관계가 낮은 전통적인 개발도상국 시장으로 다시 이동함에 따라 고점 대비 하락세를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이미 한국 주식에서 1000억 달러를 매도했으며, 일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집중도 제한 한도에 도달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초래했다. 액티브 펀드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펀드 자산의 10% 이상을 단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으며, 미국 세법상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개별 종목 비중 5% 이상에 투자할 수 없다.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전략가는 "지금의 차익 실현에 만족한다"며 "일부 대형 반도체·메모리 종목의 변동성을 고려해 신흥시장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높은 기대치가 이미 반영된 만큼 당분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 전문가들은 더욱 복잡해지는 AI 데이터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향후 수년간 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했다.

UBS의 신흥시장 주식 전략 책임자인 수닐 티루말라이는 "이들 기업은 사실상 과점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기술 산업의 특성상 일단 규모가 커지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 독점 기업은 항상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따라서 매우 유망한 주식"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반도체주의 급등세 속에 일부 전문가들은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펀드운용사 애버딘의 키에론 푼 이사는 "올해 TSMC 주가가 다른 기업보다 부진한 것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부활 영향"이라며 "지금 시장은 인텔의 복귀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 전략가는 "두 중국 기업의 상장은 AI 투자 붐을 활용해 자본을 조달하려는 것"이라며 "그 자본은 결국 생산능력 확대에 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이 미국 시장과 유사한 반도체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전통적으로 기대했던 '위험 분산 효과'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레드휠의 제임스 존스턴은 "신흥시장은 역사적으로 위험과 성과를 분산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반도체가 미국과 신흥시장 지수 모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처럼 특정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 사이클의 정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클은 결국 두 가지 방식으로 끝난다. 수요가 줄어 가격이 폭락하거나, 공급이 늘어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