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훼손하면 징역·벌금 추진…日형법학자들 "표현의 자유 위협"
다카이치 총리 숙원 사업 '국기손괴죄' 법안, 참의원 통과 유력 속 거센 반발
"모호한 처벌 기준, 정치적 표현 위축 우려…혐오 시위 옹호할 수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에서 국기인 일장기를 훼손할 경우 형사 처벌하는 '국기손괴죄' 법안 제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본 형법학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법 제정에 집단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형사법 학자 148명은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지난 9일 발표하며 법안이 가진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법안은 현재 참의원(상원) 내각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사람에게 현저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국기를 손괴·오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위반 시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20만 엔(약 186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안은 이미 지난 6월 30일 집권 자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중의원(하원)을 통과해, 회기 내 참의원 통과도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성명에서 법안의 핵심 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현저한 불쾌감이나 혐오감'이라는 기준이 주관적이고 불명확해,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결국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 등 정치적 표현 행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 성명을 이끈 마쓰미야 다카아키 리츠메이칸대 법과대학원 특임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법안이 초래할 구체적인 부작용을 경고했다.
그는 "일본은 과거 침략 전쟁을 일으킨 역사가 있어, 일본인 중에도 일장기에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며 "만약 외국인 혐오를 주장하는 배외주의 시위대가 일장기를 들고나왔을 때, 이에 항의하는 시민이 그 깃발을 훼손하면 오히려 항의한 시민이 처벌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쓰미야 교수는 법안이 국기에 대한 특정 감정을 법으로 보호하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지 '불쾌하다'는 감정을 이유로 처벌 규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논리라면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만들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기손괴죄가 혐오 발언에 대한 정당한 항의마저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외국 국기를 훼손하면 처벌하면서 자국 국기 훼손은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불균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일본 형법에는 외국 국기를 모독할 경우 처벌하는 '외국국장손괴죄'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측은 외국국장손괴죄의 입법 취지가 외교 관계 보호에 있는 만큼, 국민 감정 보호를 명분으로 한 국기손괴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국기손괴죄 법안은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등 보수 연합이 주도하고 있으며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등 일부 야당도 발의 과정에서 참여했다. 이 때문에 참의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반대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계속되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회적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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