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탄했던 '늑대신' 그목소리…미와 아키히로 별세
향년 91세…동성애자이자 가수·배우로 활약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황야의 마녀 역할을 맡아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가수 겸 배우 미와 아키히로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개인 소속사 '오피스 미와'는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와가 지난 20일 오전 9시 3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소속사는 "고인은 마지막으로 '고맙다'라는 감사의 말 한마디를 전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며 "장례식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가까운 가족끼리만 조용히 치렀다. 별도의 추모 모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생전 미와가 남긴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을 무기는 사랑밖에 없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사랑이다. 사랑이 있다면 전쟁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친필 메시지도 함께 공개됐다.
소속사는 "세계에서 전쟁과 대형 재난이 끊이지 않는다. 많은 소중한 생명이 부당하게 희생되는 슬픈 세상이 됐다"며 "미와의 소원은 세상의 모든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밝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공생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에 그 소원을 담았다"고 전했다.
미와는 지난 1년간 고령을 이유로 활동을 줄여 왔으며, 3개월 전부터 건강이 악화된 뒤로는 자택에서 줄곧 요양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35년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난 미와는 16세에 가수로 데뷔해, 도쿄 긴자의 샹송 카페 '긴바리'를 거점으로 삼아 샹송, 탱고, 라틴,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주목받았다. 대표곡으로는 1957년 발표한 '메케메케'가 있다.
긴바리에서는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화려한 유니섹스 패션 스타일로도 유명했다. 성소수자 인식이 부족했던 일본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뒤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싱어송라이터로서 1964년 발표한 자전적인 곡 '요이토마케의 노래'를 통해 재기했다.
배우로서는 극작가 데라야마 슈지가 이끈 극단 '텐조사지키'의 초기작 '아오모리현의 꼽추', '모피의 마리',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영화 '검은 도마뱀' 등에 출연했다.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늑대 신 '모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황야의 마녀' 역할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했다.
'모노노케 히메'의 늑대 신 목소리를 녹음할 당시 미야자키 감독이 "내가 생각했던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며 미와의 연기력에 감탄을 표했던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목소리를 낸 것은 물론, 고향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기도 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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