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기 90%에 日부품"…中·홍콩 수출 후 부품세탁 거친듯

우크라 대통령실 고문, 교도통신 인터뷰서 제재 강화 촉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블라디슬라프 블라시우크 대러시아 제재 정책 담당 특사 겸 대통령 고문(오른쪽)과 키이우 대통령실에서 회의하고 있다. 2025.10.3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등 첨단무기 기종의 약 90%에서 일본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고문은 이날 공개된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순항·탄도미사일과 무인기 기종의 약 90%에 일본 기업이 제조한 부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서방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민간용으로 판매되는 범용 전자부품과 정밀 공작기계가 중국·아랍에미리트(UAE) 등 제3국을 통해 러시아로 우회 수출되어 전쟁 무기 생산에 전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가장 정교한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 Kh-101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교세라의 미국 자회사 교세라 AVX가 제조한 탄탈럼 커패시터가 발견됐다. 이 부품은 극심한 온도 변화와 진동에 강해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같은 고신뢰성 군사 장비에 필수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명단에 오른 일본 기업 13개사 중 5개사는 취재에 대해 "정보가 제한적이라 자사 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1개사는 "그룹사의 제품이 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회 수출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고, 또 다른 1개사는 타사 제품이라고 부인했다. 나머지 6개 기업은 답변을 거부했다.

러시아가 일본산 부품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한 '그림자 조달 네트워크'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 중계지로는 중국과 홍콩이 지목된다.

이를테면 엘살바도르에서 생산된 교세라 AVX의 커패시터는 중국의 합법적인 무역상을 통해 수입된 뒤, 서류상 목적지가 위조돼 러시아의 유령 회사로 재수출되는 '부품 세탁' 과정을 거친다.

부품뿐만 아니라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공작기계' 또한 같은 경로로 러시아 군수 공장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번 폭로로 대러시아 제재망을 우회하는 '제3국 경유 유통망'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심스러운 거래에 연루된 유령 회사와 중계 무역상을 신속히 제재 명단에 올리고, 중국·UAE 등 핵심 경유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2차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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