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삼성·SK만 웃는 경제…AI 붐이 가리는 韓 구조적 불평등"

"올해 한국 개인투자자 순매수 83%가 삼전·닉스"
"석유화학·철강·섬유·기계는 경쟁·관세 등에 어려움 겪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6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 한국과 대만을 세계 반도체 중심지로 끌어 올리며 수출과 증시가 기록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나머지 산업 부분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분석했다. 반도체 기업이 높은 성과급과 주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이 다른 산업 종사자들은 높은 비용(생활비)과 실질 임금 정체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고, 대만 TSMC는 2조 달러에 육박하며 대만 증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의 수출은 5월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대만 경제는 올해 1분기 15% 가까이 성장했다.

이 같은 호황은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은퇴자들이 보험과 연금을 해지해 반도체 주식에 투자해, 올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83%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대만 역시 증시 규모가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반도체 외 산업은 침체에 빠져 있다. 석유화학·철강·섬유·기계 등은 중국과 동남아 경쟁, 관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임금 상승은 제한적이다. 대만 노동자의 월급은 대부분 1500달러(약 231만원) 이하에 머물고, 한국 역시 생활비 상승과 실질임금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대만 타오위안에 위치한 국립중앙대학교 경제연구센터의 다크란 우 소장은 대만의 경제 성장은 TSMC 주주와 같은 부유층에게 주로 돌아간다며 "일반 서민들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만 중부 도시 타이중의 기계·섬유 업체들은 관세와 경쟁 심화로 폐업하거나 무급휴직을 늘리고 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정부 지원이 반도체에만 집중돼 전통 제조업은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호황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사회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을 위협했고, 결국 10.5% 지급에 합의했다. 일부 직원은 최대 43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의 평균 월급은 2800달러(약 431만6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K자형 경제’라 부르며, 일부 산업과 계층만 성장하고 나머지는 뒤처지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만 중앙은행은 “AI 수요가 특정 집단만 번영하게 하고 저소득층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 내부에서는 AI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이익을 사회 전체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됐다. 김용범 대통령 비서실장은 “AI 시대의 초과 이익이 사회적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 세수를 활용한 일종의 ‘국민 배당’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AI 초과 이익의 일부를 노동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단순히 재분배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며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AI 반도체 호황은 한국과 대만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그 혜택은 극히 제한된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나머지 경제 전반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성과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