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9조 지켜라"…日오키나와 위령의 날 찾은 다카이치에 야유

다카이치 '평화 국가' 강조하며 연설 이어가

일본 오키나와현 이토만시에서 23일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헌화 후 평화기념공원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2026.06.23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의 날'을 맞아 23일 이토만시 마부니 평화기념공원에서 전몰자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참석했으나, 추도사 시작 전부터 회장에서는 격렬한 야유가 쏟아졌다.

아베마타임스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전쟁 반대", "헌법 9조를 지켜라", "24만 명에게 사죄하라" 등의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엄숙해야 할 추도식 분위기는 연설 내내 이어진 고성과 야유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이 같은 소란 속에서도 다카이치 총리는 오키나와 전투에서 희생된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과 군인의 넋을 기리며 추도사를 이어갔다. 그는 "일본은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맹세 아래 평화를 중시하는 국가로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후 80년이 지난 현재에도 미군기지 집중으로 인해 오키나와가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주일 미군 시설의 정리·통합 및 축소를 추진하고 주민과 협력해 부지 활용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밝혔다.

이날 상황은 오키나와가 겪어온 역사적 비극과 현재의 구조적 갈등이 동시에 드러난 장면으로 평가된다. 전쟁 당시 군사 작전의 희생양이 되었던 경험과 미군 기지 집중이라는 현실적 부담 속에서,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민들의 인식이 전쟁 책임 및 사과 문제에 대한 불만과 결합하며 추도식에서의 정치적 항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비교적 강한 보수·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평화헌법 개정과 안보 강화 등을 강조해 온 그의 정치 노선이 평화주의 정서가 강한 오키나와 지역 여론과 충돌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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