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러 밀착 김정은 달래기…비핵화·북미대화 요구 힘들어"

NYT "이번 방북, 대북 영향력 회복 의도…김정은, 과거보다 우월한 위치"

작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제8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양국이 동시에 발표함에 따라 이번 방문이 가진 의미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은 지난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2번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중국 측이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과의 연대를 서방에 과시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가까워진 북한을 다시 자국 영향권에 묶어두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7년 전 시 주석 방북 당시만 해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결렬과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제공함으로써 그 대가로 석유, 식량, 군사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단 점에서다.

북한은 2024년엔 러시아와 상호방위 조약도 체결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대북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북한 측 또한 러시아와의 밀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관광과 교역 확대 등을 통한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NYT는 "김 총비서가 과거보다 훨씬 더 자신감을 얻은 상태로 시 주석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번 시 주석 방북의 또 다른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북한과의 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쳐 왔다.

특히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달 14~15일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시 주석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김 총비서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간 핵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대화는 거부하겠단 입장을 밝혀 온 상황. NYT는 "김 총비서는 핵개발을 안보 측면에서 중국·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의 침공을 막을 방패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이란 공격 명분 중 하나로 핵무기 개발 저지를 내세우면서 북한의 핵보유 의지가 더 굳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김 총비서를 만나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요청하더라도 그 강도는 그다지 세지 않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과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에 동참했었으나, 최근엔 '핵을 가진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견제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북핵 문제에 관한 입장이 변화하고 있단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김 총비서가 작년 9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을 때 북중 양측의 공식 발표문엔 그간 관례적으로 담겼단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빠졌다.

또 미 백악관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란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전한 반면, 중국 측 발표문엔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상호방위 조약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리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며 핵무기 개발을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YT는 "북한이 두 거대 이웃 나라(중국·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핵무기 개발에 더욱더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이란 전쟁에서 자원을 소모한 미국의 방위협정 이행 능력을 우려하는 역내 동맹국들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