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日 시총 1위' 등극…22년 도요타 제왕 꺾어
시총 46조엔 돌파…지난 1년간 주가 4배 급등
닛케이 "AI 패러다임 전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한국계 일본인 투자자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20년 넘게 정상을 지켜온 도요타자동차를 제친 것으로, 손 회장의 인공지능(AI) 시대 베팅이 이룬 성과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1일 도쿄 증시에서 장중 9.7% 넘게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47조엔(약 447조원, 약 3200억달러)에 육박하며 도요타를 추월했다.
반면 도요타 주가는 이날 도쿄 증시에서 장중 4.8% 급락한 2895엔까지 밀렸다. 시가총액은 약 45조7000억엔으로 줄어들며 소프트뱅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도요타 주가는 올해 2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4000엔 대비 28%가량 하락한 상태다.
도요타가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약 22년 만이다. 도요타는 2003년 12월 당시 최대 기업이었던 NTT도코모를 제친 이후 줄곧 일본 증시 정상 자리를 지켜왔다.
이날 소프트뱅크 주가 급등에는 프랑스에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자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보도가 촉매제가 됐다.
최근 소프트뱅크 주가는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오픈AI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가치 상승에 따라 크게 뛰었다. 오픈AI는 기업가치가 1조달러(약 15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상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최대 후원자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Arm 역시 AI 확산의 핵심 수혜주로 꼽힌다. 생성형 AI를 넘어 추론과 에이전트형 AI가 확대되면서 Arm이 설계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4배 가까이 상승했다. 2024년 3월만 해도 도요타와 시가총액 격차가 약 50조엔에 달했지만 AI 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역전은 투자자들이 자동차 중심의 제조업 시대보다 AI 중심의 새로운 경제 질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신문은 도쿄 증시의 시총 1위 기업의 변화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왔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 정상에 올랐던 NTT도코모는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 'i모드(i-mode)'를 앞세워 일본 정보기술(IT) 혁명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후 도요타는 글로벌 생산체계와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일본 제조업의 전성기를 대표했다. 2007년에는 미국 판매량 기준으로 포드를 제치고 미국 시장 2위에 오르며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소프트뱅크의 시총 1위 등극은 AI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가 도요타를 추월한 것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AI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증시에서도 AI 수혜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을 추월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도 일본 시총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일본 AI 기업들의 약진에도 글로벌 기술기업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5조1000억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가 최근 시총 1조달러를 넘기며 AI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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