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관저 밤마다 괴음"…다카이치, 李대통령과 '유령 환담' 화제

제국주의 시절 '총리 살해' 사건 후 유령 소문
아베 신조, 입주 거부…고이즈미는 '퇴마 의식'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경북 안동에서 진행된 한일정상회담 뒤 만찬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안동에서 만났을 당시 주고받은 이른바 '유령 토크'가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가 20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회담 뒤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유령'에 관한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한옥 호텔 '락고재' 주변을 걸으면서 "바람이 너무 좋지 않냐"며 "대한민국이 지금 산색도 예쁘고 좋은 계절이다. 정말 아름다운 5월"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진 대화에서 "일본에선 야밤에 (유령이) 많이 나온다. 내가 사는 총리 공저는 유령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옛날에 쿠데타로 (관저에서) 총리가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체격이 컸던 모리 요시로 총리도 '유령이 나왔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총리님은 (유령을) 보진 못했죠?"라고 묻자, 다카이치 총리는 "이상한 소리가 매일 밤 있긴 했다"면서도 건물이 오래돼 그런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현재 다카이치 총리가 살고 있는 총리 관저 내 거주지(공저·公邸)는 제국주의 시절인 1929년 총리 관저로 지어진 건물로서 2002년 현재의 총리 관저가 건설되면서 공저 용도로 개수됐다.

해당 건물에선 1932년 이누카이 쓰요시 당시 총리가 해군 장교들에 피살된 '5·15 사건'이 발생했다.

또 1936년엔 당시 일본 육군 황도파(일왕의 친정(親政·직접 다스림)을 주장한 파벌) 장교들의 쿠데타 '2·26 사건'이 벌어져 총리 비서관과 경찰관 등 다수가 사망했다. 공저 내엔 현재도 2·26 사건 당시 탄흔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총리관저 내 총리 거주지(공저)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이 때문에 그간 일본 정치권에선 '총리 공저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화를 소개한 모리 요시로 총리의 경우 공저 거주 당시 잠을 자다가 누군가 문고리를 흔드는 소리와 군홧발 소리를 들었다고 주변에 얘기한 적이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 또한 퇴임 후 아무도 타지 않은 엘리베이터가 공저 옥상층에 멈춰 서 있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회고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2013년 재집권 후 총리 공저로 이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 농담조로 "유령이 나와서 싫다"고 답했었다.

이에 당시 일본 정부는 '총리 공저에 2·26 사건 등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와 관련해 "아는 바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채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역대 일본 총리 중엔 취임 후 뚜렷한 이유 없이 공저 입주를 미룬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공저에서 1년간 머문 뒤 퇴마 의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유령 토크' 영상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이런 얘기를 가볍게 할 수 있는 건 다카이치 총리뿐"이라거나 "어둠 속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 "다카이치의 유령 얘기를 계속 듣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10월 취임 후 약 2개월 만에 공저로 이사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