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전방위 밀착 선언…'두만강 출해·탈달러'로 美·日 겨냥

'포괄적 협력 강화 및 선린우호 협력 심화 위한 공동성명' 채택
반미·반일로 뭉친 중·러 밀착…'에너지 셈법'엔 온도 차 여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유철종 전문위원 =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방위로 강화하며 군사·경제·에너지·기술·외교 전반에서 밀착을 심화하기로 했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적 협력 강화 및 선린우호 협력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1991년 5월 16일 협정에 따라, 조선(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出海) 문제에 대한 3자 협의 업무를 계속 잘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중국이 동해로 연결되는 해상 통로 확보 문제와 직결된 사안으로, 동북아 지역의 물류 및 전략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동해와 직접 접한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기존에는 동북 3성의 물류가 러시아 또는 북한 항만을 경유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을 받아 왔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은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과시했다. 성명은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와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이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교적 고립, 경제적 제재, 무력 압박 등 수단을 이용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관련국들을 향해 지역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 자극, 정치적 수단 남용을 중단하고 한반도 내 전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안보 전반에선 미국을 겨냥했다. 양측은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고 세계가 강권 정치로 후퇴하는 것에 반대하며, 유엔의 권위와 국제 사무에서의 핵심적 역할을 확고히 수호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무역 분야에서도 미국 주도의 일방적 제재와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차별적 관세 조치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 체제와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양측은 무역과 투자, 금융 및 기타 경제 활동에서 미국 달러화 대신 위안화와 루블화 등 '현지 통화(자국 통화)'의 결제 비중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기로 합의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을 향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중·러는 일본이 신뢰할 만한 민간 용도가 없는 민감한 핵물질을 장기간 대량 축적하고 있는 점에 대해 고도의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일본 우익 세력이 '비핵 3원칙' 개정을 추진하고, 동맹국과의 '핵공유' 및 '확장 억제' 강화를 발판 삼아 독자적 핵무장까지 망상하는 극단적 도발 행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 '핵확산방지조약(NPT)' 등 국제법적 의무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현재 일본이 '재무장(군사화 재개)'을 가속하여 지역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해서는 경제·사회 변혁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임을 짚으며, 이를 선하고 포용적으로 발전시킬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가 인공지능을 패권 지위 수호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방의 군사 블록 확장 세력에 대해서도 공동 전선을 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입 시도와 오커스(AUKUS) 동맹 등을 기반으로 한 '아태판 나토' 구축 움직임이 지역 평화 공고화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며 중동 지역 정세의 안정을 심각하게 파괴했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 에너지 협력 분야에선 특별한 성과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명은 "양측은 에너지 분야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석유·가스, 석탄, 평화적 원자력 이용,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상호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극해 연안의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총 연장 6700㎞의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을 중국 측과 협의해 왔다.

지난해 9월엔 주관사인 러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간에 연 수송용량 500억㎥의 해당 가스관 건설에 관한 MOU가 체결됐다.

하지만 이후 관련 문제들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프로젝트가 진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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