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러시아 원유가 의지하는 위안화…中 CIPS 결제 5년새 3배
원유 결제 증가…이란, 위안화로 호르무즈 통항료 요구
러시아도 스위프트 퇴출 등 제재 따라 위안화 결제 확대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간 군사적 충돌 등의 영향으로 원유 거래를 중심으로 중국 위안화 결제가 급증했다고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중국 조사기관 '윈드' 분석을 인용, 올 3월 기준 중국의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CIPS)을 이용한 무역 분야 결제액은 1조 4600억 위안으로 전월 대비 50% 증가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는 5년 전인 2021년 3월과 비교했을 때 3배 늘어난 규모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 같은 위안화 결제 확대의 배경엔 이란·러시아의 비달러 결제 수요가 있다.
올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유조선 등 선박에 통항료 지급을 요구했다. 특히 이란 측은 해협 통항료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와 중국 위안화를 지정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어려운 이란으로선 위안화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우호국'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에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선박이 이란으로부터 통항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결제는 다른 산유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올 3월 석유 거래에선 위안화 결제 비율이 41%에 달했다. 같은 시기 사우디 국유 대형 은행 2곳도 CIPS에 가입했다.
러시아 역시 위안화 결제 확대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미국·유럽으로부터 금융 제재를 받아 국제은행 간 통신망(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됐다. 이에 달러·유로화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러시아는 루블·위안화 결제를 중시해 왔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8월 중국 신화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 결제는 거의 완전히 자국 통화로 전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원유·천연가스를 중국에 팔아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능력을 유지하는 재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앞서 2015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CIPS를 출범시켰다. 작년 말 기준으로 아시아 등 전 세계 1700곳 이상의 금융기관이 이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올 4월 초 CIPS의 하루 평균 결제액이 사상 최고인 1조 2200억 위안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위안화 수요 증가는 환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일례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보다 올랐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악화가 예상되는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비달러 결제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국 런민은행은 2024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의 결제 실증 실험도 시작했다. 이는 기업 간 무역·금융결제에 달러 대신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닛케이는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스위프트 집계에 따르면 올 3월 결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세계 점유율은 3%에 그쳤다. 이는 달러화 51%와 격차가 큰 데다,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금융 강국' 건설과 위안화 국제화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시작한 제15차 5개년(2026~30년) 계획에도 "국제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 이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이와 관련 니시하마 도오루 다이이치라이프자산운용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측이 오는 14~1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표면적으론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배후에선 위안화 영향력을 높이는 구조 만들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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