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언어'가 키운 미국의 정치 폭력[최종일의 월드 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6. 04. 26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6. 04. 2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 폭력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극단적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상대 진영은 단순한 정책적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타도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적대적 환경은 정치적 폭력을 예외적 사건이 아닌 일상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실제 폭력이 발생했을 때 요구되는 기본적인 경각심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반목의 언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된다. 허위 정보와 음모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개인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만을 강화하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속에서 점차 급진화된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상대를 비인간적 존재로 묘사하는 악마화된 수사를 사용할 경우, 이는 극단적 태도를 정당화하고 폭력적 행동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정치폭력 학자 제임스 피아자 교수의 지적이다.

이러한 정치적 기후의 형성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주변적 변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는 미국 정치 담론에서 공격적이고 배제적인 언어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비영리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80만 건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주요 공직자 26명 가운데 트럼프 한 명을 향한 폭력적 위협이 전체의 47%에 달했다. 이는 나머지 25명을 향한 위협을 모두 합친 수준과 맞먹는다.

트럼프를 둘러싼 언어는 단순한 정치적 비판을 넘어 ‘반역자’, ‘처형’과 같은 노골적인 폭력적 표현과 결합하며 확산했다. 특히 2024년 7월 그를 겨냥한 암살 시도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극단화되었다.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범행 실패를 아쉬워하거나 다음 시도의 성공을 언급하는 등 위험한 수준의 폭력 담론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적 상호작용 구조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상대를 ‘해충’이나 ‘비도덕적 집단’으로 비인간화할수록, 반대 진영 역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적대적 언어와 분노를 되돌려 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 ISD의 분석이다.

지난 25일 백악관 기자협회(WHCA) 만찬장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고위 관료를 우선순위로 삼았다는 용의자의 성명서는 사실상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근본 원칙이다. 그러나 증오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끔찍한 정치적 폭력은 사라지기보다 오히려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극단적 정치 양극화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미국의 정치·문화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파급력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정치 지도자에게 도덕적 완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회를 잠식하는 증오의 언어만큼은 당장 멈춰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국가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이러한 악순환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방송된 미국 CBS 뉴스의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정치적 폭력이 과거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의 증오 발언이 훨씬 더 심하며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가에 정말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폭력이 확산되는 순간에도 상대 진영을 탓하는 한 이 악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