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크라켄' 있었나…최대 19m 거대 문어 화석 확인

홋카이도대 연구팀, 백악기 후기 두족류 부리 화석 분석
"초기 문어류, 해양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였을 가능성"

백악기 후기 바다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지느러미문어류 나나이모테우티스 하가티의 상상도. (일본 홋카이도대 제공) 2026.04.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약 1억 년 전 백악기 바다에서 몸길이 최대 19m에 이르는 거대 문어류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화석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팀은 일본과 캐나다 밴쿠버섬에서 발견된 백악기 후기 두족류의 턱, 즉 부리 화석을 분석한 결과, 초기 문어류가 대형 해양 파충류와 함께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화석은 약 1억~7200만 년 전 지층에서 나왔다.

문어류는 연한 몸을 가진 탓에 화석으로 남기 어렵지만, 먹이를 물어뜯는 부리는 비교적 단단해 보존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연마 단층촬영과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암석 안에 숨어 있던 부리 화석을 3차원으로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이들 화석은 멸종한 지느러미 문어류, 즉 시라타(Cirrata)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부리 크기와 형태를 토대로 이 문어류가 전체 길이 약 7~19m까지 자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존하는 대형 두족류인 대왕오징어보다 큰 수준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무척추동물 가운데 최대급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이 전했다.

이 화석 부리에는 긁힘과 깨짐, 마모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이 문어류가 단단한 껍데기나 뼈를 가진 먹이를 강한 힘으로 부숴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바 야스히로 홋카이도대 교수는 "초기 문어류가 백악기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던 거대한 포식자였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부리의 마모가 좌우 비대칭으로 나타난 점도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런 양상이 특정 방향을 더 많이 쓰는 행동적 편측성, 즉 '한쪽 선호'와 관련됐을 수 있으며, 초기 문어류도 복잡한 행동과 발달한 신경 처리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백악기 해양 생태계가 대형 척추동물 중심으로만 구성됐다는 기존 관점을 흔드는 결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AI를 활용한 '디지털 화석 채굴' 기법을 통해 앞으로도 암석 속에 숨은 연체동물 화석을 더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