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 베이징에서 사라진 파란 하늘

정은지 베이징 특파원. ⓒ 뉴스1.
정은지 베이징 특파원. ⓒ 뉴스1.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공기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한때 세계적인 ‘스모그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이곳의 대기질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민심, 나아가 외교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 역시 이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중국 정부는 환경 전문가로 평가받던 천지닝을 환경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칭화대학교 총장 출신인 그가 배출원 규제와 행정 통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스모그 대응을 주도한 결과 실제로 중국의 대기질은 개선됐다.

이 과정에서 능력을 입증한 그는 베이징 시장을 거쳐 현재 상하이 당서기라는 핵심 요직에 올라 차기 지도자군으로까지 거론된다. 회색 하늘이 곧 통치의 성적표가 된 사례다.

최근 몇 년 사이 베이징을 찾은 방문객들은 "생각보다 공기가 나쁘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중국이 대기질 개선을 국가적 과제로 밀어붙인 것이 체감됐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의 공기는 다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한 달간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53.68㎍/m³로 전년 동기(39.2㎍/m³)를 크게 웃돌았다. 한 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날이 뿌연 하늘로 덮였다.

4월 들어서도 파란 하늘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베이징에서 나고 자란 한 지인조차 "최근 대기질을 보면 10여년 전 스모그로 가득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며 "올 봄의 공기가 유독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11일 베이징 시내 모습.

중국의 대기질과 관련한 흥미로운 해석이 떠오른다. 베이징의 '파란 하늘'은 역설적으로 경기 둔화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인근 지역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수록 대기질이 개선된다는 논리다. 환경과 경제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이 시각은 다소 단순화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꽤 그럴듯하다.

베이징의 공기가 다시 탁해진 시기, 중국 경제는 예상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국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5.0%로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수치다.

여기에 최근 석탄 화력발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보는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급 리스크가 커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석탄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화력 발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고 1~2월 대비 0.9%포인트 늘었다.

베이징의 하늘은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중국 경제의 체온이자, 에너지 전략의 방향이며, 동시에 체제의 통치 역량을 드러내는 지표인 셈이다.

사실 옆 나라인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베이징의 하늘은 한반도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한국인의 건강 생활과도 무관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전기차 전환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응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뜩이나 중동 정세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각국이 어려운 시기여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