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비료값 폭등…'최대 생산국' 中 조용히 웃는다
호르무즈 봉쇄에 동남아 식량안보 '빨간불'…늘 싸우는 中에 손 벌려
수출 통제 쥔 중국, '선의의 지원' 포장해 외교적 실리 챙길 듯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비료 시장까지 강타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식량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인 중국이 이 과정에서 비료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며 동남아시아에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맞이했다고 3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질소 비료인 요소 가격은 전쟁 발발 전 톤당 약 400달러(60만 원)에서 최근 700달러(105만 원)까지 치솟았다.
비료 가격 급등은 아시아 전역의 농업 생산과 식량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은 비료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은 걸프만에서 생산되는 요소와 암모니아의 주요 수입국이었으나 이제는 공급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런 공급 위기 속에서 모든 시선은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역내 국가들의 구원투수가 되기보다는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며 비료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길을 택했다.
중국 정부는 국내 농가 보호와 식량 안보 유지를 명분으로 질소·칼륨 비료 등의 수출을 금지하며 공급 부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비료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 내 비료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중국에 요소 수출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역내 에너지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약속은 피하고 있다. 중국도 자국 내 천연가스와 황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비료를 직접적인 무기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기존 수출 통제 조치를 지렛대로 외교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정 국가에만 선별적으로 수출을 허용해 주는 방식으로 이를 '선의의 행동'으로 포장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동맹국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미국과 대비되며 반사이익 효과도 낳고 있다.
리 존스 런던 퀸메리대 교수는 SCMP에 "중국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훨씬 쉽다"며 "다른 국가들이 동맹국인 미국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