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참전에 홍해 바닷길도 막히면 亞 지옥…"유가 150불 간다"

사우디, 호르무즈 피해 홍해 얀부항서 원유 선적…지난해 평균 3배
후티 반군, 28일 참전 선언해 이스라엘 공격…"홍해 봉쇄도 선택지"

예멘 홍해 항구 도시 호데이다에서 행진하는 후티 반군 병사들. 2022.09.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세계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에 흔들리는 가운데, 주말 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무장세력이 전쟁에 공식 개입하면서 홍해를 통한 원유 수송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 여파가 아시아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최근 세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 연안 얀부 항구로 우회하면서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전쟁에 참전하면서 이 생명줄마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 공동창립자는 "홍해에서 사우디 원유 흐름이 위협받는 순간, 글로벌 유가는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주 동안 얀부에서 선적된 원유는 하루 최대 460만 배럴로, 2025년 평균의 세 배를 넘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사라진 하루 1500만 배럴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공습 숨통을 트게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역으로 공급이 극도로 민감한 시장에서는 이 우회로마저 막힐 경우 유가 급등과 지역 연료 부족이 불가피하다.

후티는 가자 전쟁 중이던 2023년 말부터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선박이 우회 항로를 택했고, 운항 기간·연료비·보험료가 모두 증가했다. 올해 3월 들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전달 대비 21% 증가했는데, 이는 후티의 새로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50% 급등해 배럴당 110달러 안팎을 기록 중이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아르템 아브라모프는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험해지면 브렌트유는 몇 달 안에 150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홍해가 닫힐 가능성만으로도 보험·운임·유가 전반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는 지난 28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며 전쟁 참여를 공식화했다. 모하메드 만수르 후티 반군 정보부 차관은 그 전날 CNN에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는 가능한 선택지이며, 그 결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얀부에서 출발하는 사우디 원유의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한다. 만약 후티 공격으로 홍해 남단이 사실상 봉쇄되면, 유조선은 홍해 북단 수에즈 운하를 지나 지중해–아프리카 서해안–인도양을 거치는 장거리 항로를 택해야 한다. 브론즈 창립자는 "이 경우 아시아까지 항해 시간이 최소 몇 주 늘어나 아시아 지역의 공급난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는 이미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60%에 달하기에 아시아 각국 정부는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필리핀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부 공무원의 근무일을 주 4일로 줄였다.

해상운송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의 수석 원유 분석가 무유 쉬는 "이번 달 얀부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모든 원유는 아시아행이었다"며 "해협이 막히면 사우디는 유럽 공급을 우선하거나, 아시아행 유조선을 수에즈 운하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여러 지역은 4월부터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할 것이며, 사우디 원유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단기 공급난이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