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中 희토류에 무릎꿇었던 日…"이번에 빼든 칼은 더 세다"
2010년 센카쿠 충돌에 日, 중국인 선장 전격 구속…中 보복으로 '자원의 무기화'
中의존 여전해 희토류 1년 끊기면 GDP 0.43% 증발…"이중용도물자 통제, 더 광범위"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구실로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는 희토류를 자국 영향력 행사의 도구로 활용했던 2010년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사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해소됐는지 복기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추이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0년 9월 7일, 중일 간 영유권 분쟁 수역인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 중인 일본 정부는 중국인 선장을 체포하고 일본 국내법에 따라 구속 수사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에 중국은 환경 보호와 자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당시 일본은 희토류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의 주요 기술산업 전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이외에도 일본인 구금, 관광 제한, 고위급 회담 중단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 물자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세를 매기고 수출 쿼터를 설정했는데, 2010년 하반기의 경우엔 전년 동기 대비 약 72%나 낮출 예정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같은 해 8월 일중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이 문제 개선을 중국 측에 강력히 요청했는데, 그러던 차에 어선 충돌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내에선 일본 정부가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한 것이 오히려 일본의 약점으로 인식됐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희토류 관련 조치를 대일 경제 조치 후보로 채택했다는 해석이 있다.
위기에 처한 일본 산업계의 강력한 압박에 일본 정부는 결국 사건 발생 약 2주 만인 9월 24일, 중국인 선장을 전격 석방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요코하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며 갈등은 표면적으로 봉합됐다.
그런데도 수출 쿼터 등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일본과 미국, 유럽연합(EU)은 2012년 3월 중국이 희토류를 대상으로 도입하고 있는 수출세와 수출 수량 제한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고 공동 제소했다. 이듬해에 승소 판결을 얻어내 중국의 해당 조치를 철폐시켰다.
2010년 희토류 통제 사건은 전략 자원은 단순한 산업 소재가 아니라 국가 안보·공급망 리스크의 핵심 요소란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또 특정 국가에 자원 공급을 과도하게 의존하면 산업·경제 전반이 취약해진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에 일본은 대체 공급선 확보, 희토류 재활용, 기술 자립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벌여왔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의 희토류 수입량 중 중국산은 약 63%로 하락했다. 또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저에 약 160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희토류 채굴 작업도 올해 1월 시작한다.
하지만 희토류는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의 대규모 환경 파괴와 안전성 문제 등으로 인해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의 경쟁력을 단시간에 따라잡는 것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런 이유로 희토류 분리·정제 공정의 91%는 여전히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일본의 자립은 제한적이다. EV(전기차)용 모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의 보조 재료인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일부 희토류는 거의 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카무라 겐타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TV아사히에 "희토류 제련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환경 규제가 엄격한 국가에서는 비용이 막대하다. 반면 중국은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인건비가 싸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희토류 통제가 전면적으로 가시화되면 일본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날 TV아사히는 다양한 첨단 기술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일본의 제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희토류 수입의 3개월간 정지에 의한 경제 손실은 약 6600억 엔(약 6조 1000억 원), 1년간은 2조 6000억 엔(약 24조 원)에 이른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하락 효과는 -0.43%에 달한다.
중국은 WTO 패소 이후 보다 정교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이중용도 품목'의 대일 수출 금지를 공식 발표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안보상 통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제적인 수출 관리 관행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세심하게 따지며 비판하고 있는 것과 연결시켜, 일본의 무기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 통제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희토류의 무기화'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말 고시한 2026년도 이중용도 품목·기술 목록에는 화학제품, 재료 가공 장비, 전자, 선박, 항공우주, 핵 등 10여 개 분야에 걸쳐 846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4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 과정에서 이중용도 물자로 지정한 사마륨과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 7종 및 그 관련 제품이 들어 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우려로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라는 주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희토류에 대한 자의적인 수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
나아가 이중용도 품목에는 희토류 7종뿐 아니라 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인조흑연 등 전략광물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희토류 카드보다 이번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가 한층 위력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로 일본이 개발 중인 신형 미사일·잠수함 등 무기 제조는 물론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일본은 핵심 전략광물 자원 분야에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군사 분야에선 게르마늄은 고속 컴퓨터 칩·야간 관측 장비 및 위성 이미지 센서에, 갈륨은 해군 함정의 이지스 레이더, 육군 탐지 로켓탄, 포병, 박격포,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레이더에 각각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인조흑연은 고온과 고속 충격에 강해 탄도미사일 제조에 활용된다.
중국이 이번 조치가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당한 제재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이중용도 물자 통제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일본 정부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주목하며 '군국주의를 향한 재군사화' 프레임을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환구시보는 일본 현지 언론 등을 인용해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살상 무기를 포함한 방위 장비 수출 규정을 완화하고 방위비를 추가로 증액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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