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 0.75% '잃어버린 30년' 후 최고…장기금리 '마의 2%' 돌파(종합)

11개월만에 0.25%P 추가 금리인하…우에다 총재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 주목

도쿄의 일본은행 건물 /2025.12.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인 0.75%로 인상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기존 0.5%에서 0.75%로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초저금리를 끝내고 내년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리 인상에도 엔화는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엔저는 지속됐고 적극적 재정 지출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에 장기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2%를 돌파해 19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만장일치로 0.25%p 인상 결정…"물가-임금 선순환 확신"

BOJ는 이날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9명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 취임 후 네 차례 금리 인상 중 처음으로 전원 찬성을 이끌어냈다.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에 인상을 재개한 핵심적 배경은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에 대한 확신이다.

일본은행은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가 일본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또 내년 봄철 임금협상(춘투)이 올해에 이어 강력한 인상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은행은 판단했다.

금리 결정을 몇 시간 앞두고 발표된 일본의 주요 물가 지표 역시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며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신선식품을 제외한 11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10월 상승률과 이코노미스트 예상치와 일치했다. 이로써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44개월 연속 웃돌았다.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면서도 현재의 금융 환경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성명에서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 금리가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이며, 경제 활동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특히 향후 정책 운영에 대해 "실질 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개선된다면 계속해서 정책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기존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최종 도달점)로 옮겨가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그동안 적정 금리 수준인 중립금리가 '1~2.5% 사이에 분포한다'고 설명해 왔으나, 정확한 수치는 특정하지 않았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꺾이지 않는 '엔저'…재정악화에 장기금리 19년래 최고

엔화는 금리인상 결정 이후에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금리인상 40분 전 달러당 환율은 155엔 후반이었지만 인상 결정 이후인 오후 1시 52분 기준 156.07엔으로 올랐다.(엔화 약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비지트 수리야 선임 아시아 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오늘의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었다"며 "시장은 향후 추가 인상의 시점과 속도에 대해 더 명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달러당 엔화 환율의 모멘텀이 강해지면서 핵심적 추세선 부근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며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올라간다면(엔화 약세) 11월 20일 기록한 고점인 157.89엔을 넘겨 올해 최고치였던 158.87엔까지 상승할 길이 열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일본 정부가 환율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추측에 불이 지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적 재정이 맞물리며 장기금리는 '마의 2%'에 도달했다.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일시적으로 전날보다 3bp(1bp=0.01%p) 높은 2.0%에 도달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2%대에 진입한 것은 2006년 5월 이후 약 19년 6개월 만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적 재정 지출로 일본의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재정이 악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채권 매도(금리 상승, 가격 하락)를 부추긴 것이다.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도 장기금리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문제는 금리상승의 성격이다. 과거 2006년에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금리를 끌어올렸으나, 현재는 재정 불안과 고물가라는 방어적 요인이 강하다. 따라서 장기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금리로 전이될 경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제 시장의 눈은 오후 3시 30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으로 쏠리고 있다.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장기금리가 2%를 넘어 폭주하는 상황은 일본은행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에다 총재가 이번 회견에서 급등한 시장 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