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의 대만 발언이 뒤흔든 동북아 질서[최종일의 월드 뷰]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일본이 대만 문제를 중요시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만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중국 해군과 공군의 활동 범위는 일본 규슈와 대만 사이, 약 200개의 섬들로 이뤄진 난세이 제도(南西諸島) 일대까지 사실상 확장된다. 동시에, 중국이 설정한 대미 방어선이자 미국의 대중국 군사 봉쇄선인 제1열도선은 붕괴한다.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 실효 지배 중)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실효적 지배 노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동력도 얻게 된다. 일본의 핵심 해상 교통로를 중국이 사실상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일본엔 골칫거리다. 일본은 석유의 약 90%를 핵심 구간이 대만 해협과 대만 남부 해역인 해상 교통로를 통해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 총리들이 대만 문제에 유달리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것은 충분히 설명된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달 7일 의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답변한 것은 외교적 실책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이 단독으로 대만 방어에 나선다면 중국과 전면전을 치르게 되는데, 이는 일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일본 헌법은 독자적 방어전쟁 수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가능한 대응은 미일 공동작전뿐이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이 미국이 입장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는데 중국의 공세가 커지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명확성'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동맹국을 포함해 모두를 긴장시키고, 이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략적 모호성'과 가까운 효과를 낸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한 미군의 개입'을 언급하며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미국 입장에서 '삐딱선'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에서 "대만 주권과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도, 미중 간 협상 구도를 유지하려는 계산뿐 아니라 일본이 지나치게 앞서가 미국의 외교 공간을 좁힌 데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번 일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악재만 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은 반중 정서가 높은 일본 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배경이 됐다. 일본의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내각은 집권 이후 60~7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50%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다"고 본 이는 그 절반인 25%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발언 철회 요구에 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철회 시 "중국에 굴복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다.
중국은 다카아치 총리에게 발언 철회를 지속 요구하며 다방면으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을 제한하거나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했다. 일본 문화 콘텐츠에 대한 사실상의 규제 조치도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보복이 단기적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가 1년간 지속될 경우 일본 내 관광 소비가 1조7900억 엔(약 16조9000억 원) 줄어 일본 국내총생산(GDP)을 0.29%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 관련 강경 발언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희토류 카드'가 사용되면 일본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자명하다. 물론, 희토류를 전면 통제할 경우엔 미국이 개입할 수 있어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쉽게 꺼내 들기 힘들긴 할 것이다.
경제 충격이 가시화될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반중 정서를 선거에서 활용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선택할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그 결과로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군비 증강과 대중 대립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엔 군사적 긴장이 한껏 더 고조될 것이다. 이는 한국에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로, 어느 쪽으로 귀결될지는 한국의 외교력에 달렸다. 동북아 정세에 냉철한 분석과 능동적 전략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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