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업가, 러 군용 드론업체 지분 인수"…중러 군사 밀착 노골화
부품공급 넘어 지분 투자로…中 '중립' 주장 무색
러, FT 보도 하루만에 기어 지분정보 삭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국인 사업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러시아 군용 드론 제조업체의 지분을 직접 인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확인한 9월자 러시아 기업 등기 자료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드론 부품업체 '선전 밍화신'의 소유주 왕딩화가 러시아 드론 제조업체 루스탁트의 지분 5%를 신규 취득했다.
루스탁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주로 사용하는 1인칭시점(FPV) 자폭 드론 VT-40을 생산하는 핵심 방산업체다.
밍화신을 포함한 여러 중국 기업들은 이미 루스탁트에 막대한 규모의 드론 부품을 공급해 왔다.
FT가 러시아 세관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밍화신은 2023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루스탁트에 약 3억400만 달러(약 4500억 원), 루스탁트 관계사로 추정되는 산텍스에 1억700만 달러(1600억 원) 상당의 부품을 수출했다.
품목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모터, 컨트롤러 등 드론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들이 포함됐다. 중국이 러시아의 드론 생산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분쟁 당사자 중 어느 쪽에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으며 민군 겸용 기술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 지분 인수 사실이 밝혀지며 중립 주장이 무색해졌다.
부품 판매는 민군 겸용이라는 명분으로 해명할 여지가 있으나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방산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투자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자 성공에 대한 기대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민감성은 러시아의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FT가 러시아의 공개 기록에서 해당 지분 정보를 확인하고 접근한 지 단 하루 만에 루스탁트의 모든 주주 정보가 공식 기업 등록부와 민간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완전히 삭제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관계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기업 구조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루스탁트의 지분 95%는 파벨 니키틴이라는 사업가가 소유하고 있었고, 그의 쌍둥이 형제로 추정되는 예고르 니키틴은 관계사 산텍스를 운영 중이다.
중국 기업 등기 자료에 따르면 왕딩화는 '선전 나스민 투자'라는 회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지분 90%는 예고르 니키틴 소유다. 밍화신의 등록 주소지에는 왕딩화가 대주주인 또 다른 회사 '선전 키오스크 일렉트로닉'이 입주해 있는 등 여러 회사를 이용한 복잡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루스탁트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는 기업으로 러시아의 '심판의 날' 드론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규모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전직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FT에 "루스탁트의 VT-40은 2023년 전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여러 업그레이드를 거쳤다"며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건 아니지만 대량 생산과 저렴한 비용, 가용성 덕분에 러시아 군대의 일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왕딩화의 루스탁트 지분 취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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