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검은 연기는 걷혔지만…"저 안에 내 딸, 내 친구" 눈물의 홍콩
고층아파트 '웡 푹 코트' 화재 나흘째 진화작업은 마무리
200명 실종자 수색 계속…3일간 공식 애도기간 선포
- 고승아 기자
(홍콩=뉴스1) 고승아 기자 = 29일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아파트 '웡 푹 코트' 단지는 여전히 이번 대형 참사를 수습하기 위한 안간힘이 이어지고 있다.
타이포 인근에 있는 9개의 비상 대피소에 머물던 주민들 대부분은 유스호스텔과 호텔 등 임시 거처로 이동한 상태였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이 머물던 대피소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홍콩 당국은 전날(28일) 오전 기준 불길이 완전히 완전히 잡혀 소방 작업은 종료됐다고 밝혔다. 현장에도 이제 타는 냄새와 검은 연기가 사라졌다. 창문을 굳게 닫고 있던 웡 푹 코트 단지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들도 조금씩 창을 열고 세상과 다시 이어졌다.
검은 연기는 걷혔지만 홍콩 시민들은 여전히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파트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터져나오는 슬픔을 눌렀다.
불이 난 아파트에서 불과 50m 거리에 있는 옆 아파트에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새까맣게 탄 아파트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 당시를 회상하며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듣고 너무 놀랐다"라고 전했다. 놀란 마음을 쉬이 진정하지 못한 채 눈물을 터트리자 주변 사람들이 위로했고 "고맙다"며 연신 인사했다.
휴대폰에 있는 딸 사진을 보여주며 아직 찾고 있다고 말한 어머니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한 아저씨는 아파트를 바라보다가 격앙된 목소리로 참사에 대해 얘기했고, 이어 "이 동네에 살지 않지만, 사실 친구가 여기서 사망했다"며 슬픔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숨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꽃다발을 들고 와 이를 나눠주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근처 곳곳에서도 추모의 의미를 담은 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조용히 꽃을 놓고 가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 "당신들을 돕기 위해 나서겠다" 등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지난 26일 오후 2시 51분쯤 신고된 이번 화재는 약 43시간여 만인 전날 오전 10시 18분쯤 대체로 진화됐다.
로이터 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덩빙창 보안국장은 28일까지 사망자는 128명이며, 이 중 39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89구의 시신은 정확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약 200명은 여전히 상황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89구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재는 1948년 폭발과 그에 따른 화재로 최소 135명이 사망한 이후 홍콩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로 기록됐다.
홍콩 정부는 29일부터 3일간 공식 애도 기간으로 발표하고 홍콩 전역에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추모 공간을 설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등은 이날 오전 8시 정부청사 앞에서 조기가 게양된 가운데 3분간 묵념했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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