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내수 밀리자 수출길 개척…활기 되찾은 기아 옌청 공장

2002년 세운 기아 첫 해외생산기지…지난해 17만대 수출, 2018년의 135배
현대모비스·SK온 등 韓기업 대거 진출 '친한 도시'…곳곳에 한글 표지판

장쑤성 옌청시에 위치한 기아차 3공장. 한쪽 벽면엔 '품질로 신뢰할 수 있는 공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장쑤성 옌청=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지난 20일 방문한 기아(000270)의 장쑤성 옌청 3공장에선 대형 철판을 찍어내는 프레스 기계가 웅장한 소음을 내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 한쪽 벽면에는 '품질로 신뢰할 수 있는 공장'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기아는 지난 2002년 이곳에 공장을 설립했다. 기아가 해외에 설립한 최초의 생산 기지다.

누적 수출 50만대 돌파…수출 차종 확대도 고려

기아는 옌청에 총 3곳의 생산 공장을 두고 있었으나 1공장은 중국 내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중국 기업에 임대를 주고 있고, 2공장은 전기차 전용으로 만들어 EV5를 생산한다.

3공장에선 K3, K5, 셀토, 카니발, 소벳, 스포티지 등 기아의 내연기관차 7종이 생산 중이다. 이곳엔 완성차를 조립할 수 있는 2개의 의장 라인을 갖추고 있는데, 시간당 최대 99대, 1일 기준으로 2000대, 즉 연간 45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중국 내 내연기관차의 판매 감소 등으로 인해 현재 공장 가동률은 45%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방문한 기아 3공장은 옌청을 대표하는 또 다른 한국 기업이자 같은 현대차그룹인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 모듈 공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기아차 전용 3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듈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약 800m 떨어진 기아차 공장으로 옮겨진다.

3공장에서 생산된 기아의 주력 차종 7개 가운데 5개 차종은 전세계 8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기아가 처음부터 이곳에서 수출 전용 차량을 생산해왔던 것은 아니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내 기아차의 연간 판매량은 60만 대에 육박했다. 그러다 중국 전기차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 시장 구조 변화,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이 맞물리며 지난 2019년부터 판매량은 20만 대를 하회했다. 코로나19 기간엔 10만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옌청 기아차 3공장에 도입된 로봇 팔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아는 이곳에서 생산한 차량의 수출을 확대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기준 기아의 완성차 수출은 17만 대에 달했는데, 이는 수출을 시작한 지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135배 증가한 수치다.

이화수 기아 생산관리부 부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수출 차량을 5종으로 확대함에 따라 7개월마다 약 10만 대씩을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 11월에는 누적 수출 50만 대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이곳에서 생산된 차량 중 약 80%는 수출되고 있다"며 "옌청 3공장을 수출 전략 기지로 삼을 것이며 향후 수출 차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기아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21만 대로 집계됐다. 특히 8개월 연속 월간 판매량이 2만 대를 넘어서면서 연간 판매량은 26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옌청시 산업단지의 도로 표지판에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기돼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親韓 도시' 옌청…도로·건물에는 한글 표지판도

중한옌청산업단지는 장쑤성의 3선 도시에 불과하지만 장강삼각주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협력하는 국가급 플랫폼이다. 국가급 옌청경제기술개발구를 기반으로 건설됐는데 이곳에는 기아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SK온 등 국내 기업 약 1000곳이 대거 진출해 있다.

일찍이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이곳의 경제 발전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중국 내 대표적 '친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실제 한국은 옌청의 최대 외자유치국이자 최대 무역파트너다.

한국과 옌청을 오가는 항공편과 한국과 항로가 연결된 항만도 있으며 주요 도시까지 다다를 수 있는 고속철도가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토지 비용이나 임대료,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무엇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행정 절차, 사업 승인 등 적극적 지원이 장점이다.

옌청 현대모비스 모듈 공장 모습 ⓒ News1 정은지 특파원

장성민 장쑤 현대모비스 책임은 "인건비 등 강점으로 원가 경쟁력이 있고 부품도 중국에서 조달이 가능해 이를 무기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옌청에 법인을 설립한 도상혁 에코매직 법인장은 "옌청 공무원들이 적극적이고 많은 한국 기업에 법률·세무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옌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에 친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공항 안내판은 물론이고 도로 표지판, 정부 서비스센터 등과 같은 주요 건축물도 한국어 표기가 병기돼 있다.

옌청시 곳곳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도 있다. 옌청시 국유기업이 약 20억 위안을 투자해 조성한 'KK-파크'와 한중문화센터가 대표적이다.

옌청 KK-파크 모습 ⓒ News1 정은지 특파원

그중 KK-파크는 테마파크와 상가를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거리로 초대형 관람차를 비롯한 놀이·문화 시설과 한국 현지 식당가를 재현한 상업지구가 11만 1000㎡ 규모로 조성됐다.

평일에는 인근 한국 기업 직원들이, 주말에는 K-팝이나 K-드라마, K-푸드 등 각종 문화 행사가 열려 중국 현지 가족이나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과거 모비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울산 공장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주변에도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이 매우 많다"고 전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