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 [황재호가 만난 중국]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의회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 시 자국 자위대를 동원해 대응할 수 있다고 시사한 후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를 일본이 건드린 이상 중국도 물러서기 어렵다.

양국 긴장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파국을 면하기 어려운가, 아니면 의외의 결말이 있을 수 있는가. 한국 외교에서는 드물게 한미, 한중, 한일 세 개의 외교가 동시에 안정적인 이때, 힘들게 구축한 안정적 한국 외교는 미중에 이어 중일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 중국 외교관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 중 하나인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의 아시아연구소와 국가영토주권 및 해양권익합동센터의 연구원인 먀오지(苗吉) 박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일본통으로 와세다대 박사 출신이다.

― 중일 관계가 최근 악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직접적인 원인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이 중국의 외교적 레드라인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대만 사태는 일본 사태"라고 선언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전후 첫 일본 총리다. 올해가 대만 광복 80주년인 점을 고려할 때, 총리의 이 같은 행동은 강한 도발적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그 자신의 보수적 정치 신념의 산물이며, 일본 정치의 우경화 결과다. 신중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중일 관계는 불안정한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다카이치 발언은 일본 우경화의 결과

― 중일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의 최소한 요구는 무엇인가.

▶ 총리가 관련 발언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우익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그의 선택지가 아닐 것이다. 이번 위기가 부드럽게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한동안 저조한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일본 지도자들은 총리와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대만과의 고위급 상호 방문 등 행동을 피해야 한다.

― 일본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대일 제재는 어느 수준까지 격화될 수 있을까.

▶ 중국의 현재 대응은 여전히 주로 인문 교류 분야에 머물러 있다. 수산물 수입 중단은 중국이 실질적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전반적으로 중국의 현재 대응은 여전히 절제된 수준으로, '엄중한 경고+경미한 제재'에 해당한다. 만약 양국이 대화를 통해 새로운 틀 또는 최소한 부분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점차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부득이하게 대응 조치를 유지하거나 격상할 수밖에 없다.

― 중국은 일본의 정치 상황과 중일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 중일 관계는 지속적 긴장과 불안정 시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유산과 정책 틀을 계승하려 하지만 아베 같은 자민당 통제력, 특히 대외 정책의 독립성과 균형 감각을 결여하고 있다.

현재 중일 관계는 2012년 중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위기 이후 최저점을 기록 중인데, 아직 바닥을 찍은 상태는 아니다. 일본 정치와 사회 구조는 심층적 변혁을 겪고 있으며, 향후 일본 정계는 더 많은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정치적 분쟁 속에서 신임 지도자들은 더욱 보수적으로 기울어 중국과 대만 문제를 조작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며, 이는 향후 한동안 중일 관계에 더 많은 도전을 안겨줄 것이다.

미래 질서 구상 이견…중일 관계, 낙관 어려워
먀오지 박사. (필자 제공)

― 중일 관계를 전망한다면.

▶ 중일 양국은 옮길 수 없는 이웃이다. 안정된 중일 관계는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지역 국가들의 기대에도 부합한다. 장기적으로 미중·중일 간 경쟁과 협력 속에서 새로운 균형이 형성됨에 따라 미래 중일 관계는 안정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양국은 역사, 영토, 지정학적 측면에서 구조적 긴장이 존재하며, 미래 국제 질서 구상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있다. 양국 간 경제 협력 추세는 유지되나 전략적 관계는 포용에서 배제로, 조율과 협력에서 경쟁과 갈등으로 바뀔 전망이다.

― 중일 관계 속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

▶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로 외부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은 오랫동안 한중수교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을 고수해 왔으며, 이는 한중 관계 안정적 발전의 정치적 토대다. 현재의 중일 간 어려운 국면은 한중 양측에 일종의 교훈을 줄 수 있다.

또한 양국은 모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현 정권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군비 대폭 증액 및 공격적 무기 체계 개발, 비핵 3원칙 수정 등 보수적 의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전후 질서에 심각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한 양국은 일본 우익 세력의 팽창과 군국주의 부활을 방지하고 전후 질서를 유지하는 데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중·일·한 3국 협력 메커니즘은 막 시작 단계에 있다. 한국은 중·일 간에 일종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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