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낙관에도 종전합의 미지수…"이견 몇개 안남아? 그게 핵심"
미러 논의 평화안, 우크라 의견 반영해 수정…트럼프 "합의 매우 가까워져"
전문가들 "영토 및 나토 관계 등 남은 쟁점에 푸틴 완강…"근본적 상황 변경" 경고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 주도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새 평화안을 마련했지만 영토 문제 등 핵심 쟁점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러시아가 벌써 우크라이나 입장이 반영된 새 평화안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합의 타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나는 우리가 종전안 합의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일주일간 내 팀은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이견은 몇 개 조항만 남았다"고 말했다.
평화안 논의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협상 이후 아랍에미리트에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새로 회동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에는 탄력이 붙고 있다.
러시아에 치우친 것으로 평가됐던 미·러 논의 28개 항 평화안은 제네바 협상을 거쳐 19개 항으로 대폭 수정됐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규군 병력 규모를 60만명으로 제한했던 조항은 80만명으로 완화됐다. 러시아의 전쟁 책임을 사면해 주는 조항도 수정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많은 올바른 요소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토 문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관계 등 핵심 쟁점들은 남겨두었다. 당초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 포기와 나토 가입 금지, 나토와 유사한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 방식의 안전보장 장치 등이 포함됐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담판에 맡기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가지 이견만 남았다'고 했지만 실제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담판을 위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조만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를 희망하지만 오직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확정되거나 최종 단계에 있을 때만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아직 담판을 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발표는 협상의 가장 까다로운 세부사항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양측을 타협으로 몰아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국에 양보를 압박하는 것일 뿐 실제 협상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 큰 걸림돌은 러시아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평화안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도록 손보는 순간, 그 계획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우크라이나와 유럽과 조정한 평화안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초안에서) 앵커리지 합의의 정신과 문구, 그 안에 담긴 핵심 이해가 지워진다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된 새 평화안이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러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이 요구한 내용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크렘린의 전직 고위 관리는 28개 항의 기존 평화안이 러시아에 단지 '출발점'일 뿐이라며 "러시아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떤 계획이든 더 친러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WP에 말했다.
러시아는 새 평화안을 다시 수정하려 시도하거나 완전히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영토 문제 관련 돈바스 점령 주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보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데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초안에서 사라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나토 규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새로운 접근법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4월 이후 바뀐 것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점 외에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그 계획(미국의 평화안)이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계획을 러시아에 더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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