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안마주친 중·일 총리…"대치 수년간 이어질 수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이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회담은 물론 대면조차 불발됐다. 대만 비상사태에 대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국회 답변 이후 급속히 냉각된 중·일 관계는 양국 간이 얼굴조차 마주하지 않아 장기 대립이 불가피해졌다.

23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 주요 일정을 마친 후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리창 중국 총리와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하고 안정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은 총리 취임 이후 일관되어 왔다"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자국민의 일본 방문 자제 등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회의장에서 두 정상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교류는 전혀 없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2일(현지시간) G20 정상들과의 단체 사진을 찍기 직전 리창 총리와 약 2m 거리에서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리 총리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정상들과는 환하게 악수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어 두 정상 사이에서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중국과 대화하려던 일본과 달리 중국 측은 지도자들 간의 비공식 접촉에 대해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며 "일본은 자중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내에서는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부에겐 대화 단절이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경우 자동차 산업 등 실물경제에 직접적 타격이 우려된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G20 회의에서 "중요 광물의 수출 규제는 국제적 우려를 낳고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일본 측은 중국 측과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상회담 수준에서 대화를 이루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본 총리 발언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 측은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일본의 군국주의 재현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일본이 제안한 내년 1월 한중일 정상회의도 중국의 태도 변화로 성사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침착하게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만약 우리가 발언을 철회하면 더 약점을 잡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갈등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