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편드는 北·러, 日 옹호하는 美·대만…중일 충돌 뛰어든 이웃들

러 "다카이치 총리 발언 극도로 위험" 직접 비난…북한도 중국 두둔
미국·대만은 일본 공개 지지…다카이치는 대만 발언 철회 거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5.10.31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발언이 중일 갈등을 격화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가 더 첨예해졌다.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과 한목소리를 내며 일본을 비판하는 가운데 미국과 대만은 일본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아·태 지역에서 미국·일본·대만과 중국·러시아·북한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을 서방 진영의 일부로 간주하는 러시아는 중국을 강하게 두둔했다.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에 대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해 양국간 영토 분쟁 문제도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8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은 국제법에 명시된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를 이해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무엇으로 이어지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6월 11일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브릭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1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 18일에도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극도로 위험하다"며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침략 전쟁은 아시아와 세계에 극도의 재난을 초래했고 일본 자신도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엔 무대에서 중국 입장에 가담했다.

지난 18일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 대표는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넘볼 도덕적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날 중국 대표가 일본을 향해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규탄한 데 동조하는 발언이었다.

북한은 국내적으로도 반일 감정을 고조시켰다. 지난 12일 김일성사상연구원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범죄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역사 기관 부문 토론회를 열었다.

반면 미국은 공식적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지지했다.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20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면담한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입장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20일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만나러 도쿄 외무성 청사에 들어오고 있다. 2025.11.20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글라스 대사는 일본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자극적인 발언과 경제적 강압은 매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역 안정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조처를 겨냥해 "일본 어업인들을 지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도 토미 피고트 부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일본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미일 안보조약 제5조를 재확인했다.

대만은 라이칭더 총통까지 나서서 일본과의 연대를 표시했다. 라이 총통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일본 요리를 먹기 좋을 때"라며 초밥 사진을 올렸다. 사용된 식재료는 가고시마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 대만산 오징어 등이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페이스북)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를 겨냥해 일본을 응원하는 행동이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도 일본산 수산물을 먹는 사진을 엑스에 올렸다. 대만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중국이 경제 강압과 군사 위협으로 타국을 복종시키려는 행태는 너무나도 자주 있는 일"이라며 "우리는 일본을 지지하며, 상황을 안정화하고 중국 공산당의 괴롭힘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군사력을 동반한 해상 봉쇄라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 답변하면서 촉발됐다.

현직 일본 총리가 대만 해협 위기 상황에 자위대 투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사실상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한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과 일본 영화 개봉 연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 전방위적 보복 조처를 단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21일 '대만 유사시' 발언을 철회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어 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중국 또한 사안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기에 양측의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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