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해서 실탄훈련 공지…日여행 줄취소·日영화 관객 급감(종합)
日당국자 방중에도 "日총리 발언 매우 악랄…중국민 분노 불러"
사흘간 일본행 항공권 50만장 취소…짱구는 못말려 등 日영화 개봉 보류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두고 중국이 경제, 군사, 문화 분야에 대한 대일본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일 관계의 현재 상황은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과 관련된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대 정치 문서의 정신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핵심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 정의를 수호하려는 입장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일본 측은 즉시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깊이 반성하며 방향을 바꾸어 중국 국민에게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가 중국을 방문해 상황 진화에 나섰음에도 중국은 완강한 입장이다.
마오 대변인은 이날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 국장의 회담을 묻는 질문에 대해 "사나에 총리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다시 한 번 엄중히 항의했다"며 "그 성격과 영향이 매우 악랄하고 중국 국민의 분노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자국 해경선이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영유권 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 진입한 것을 일본이 항의한 데 대해서도 "순찰 및 법 집행을 하는 것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 측이 일본 측이 제기한 무리한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아 현장에서 기각하고 반대 교섭을 제기했다"며 "일본 측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무력 시위로 일본에 대한 경고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쑤성 롄윈강 해사국은 전날 항행 경고에서 "황해(서해) 남부에서 18∼25일 매일 오전 8시~오후 6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훈련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섬은 870㎞ 거리에 있다"고 보도했다. 17~19일 서해 중부 해역에서도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여행 자제, 일본 영화 상영 연기 등 일본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일령'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본에 대한 여행 자제 권고다.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 규모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전체이 4분의 1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여행 자제 권고를 통해 일본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이후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약 49만1000건, 전체 예약의 32%가 취소됐다.
독립 항공 분석가 리한밍에 따르면 16일에는 취소율이 82.1%, 17일에는 75.6%에 달했다. 리 분석가는 "16일의 경우 취소 건수가 신규 예약의 27배에 달해 안전 문제가 여행의 주요 요인임을 보여줬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후 이런 규모의 취소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일본행 단체 여행 상품과 비자 관련 상품을 모두 내려 앱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이미 예약한 고객은 전액 환불을 요청할 수 있으며 관련 상품들을 언제 다시 올릴지에 대한 정보는 현재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 정책과 지침을 따라 일본 관련 목적지 홍보를 중단하고 싱가포르와 같은 지역의 홍보에 집중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며 "일본 여행에 관한 새로운 문의가 있을 경우 고객들에게 위험을 상기시키고 대체 여행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일본 내 호텔이나 현지 교통편을 예약했음에도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뤼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시 주의를 권고하는 외교부의 권고가 필요하고 시기적절했다"며 "중국인의 일본 방문 감소는 오랫동안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 그리고 중국과의 안정적인 경제 관계에 의존해온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여행을 계획하던 관광객들의 한국으로 목적지를 바꾸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영화 '일하는 세포'의 중국 개봉도 잠정 연기됐다.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는 "배급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번 영화 상영 시기 조정은 일본 수입 영화의 시장 성과와 중국 관객의 감정 평가에 대한 신중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 성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중국 내 영화 매출도 급락했다.
지난 14일 중국에서 개봉한 '귀멸의 칼날'은 개봉 직후 3일간 3억7300만 위안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으나 17일 하루 매출액은 전일 대비 무려 6460만 위안 하락한 2539만 위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은 '귀멸의 칼날' 중국 매출액 예상치를 기존 7억4000만 위안에서 6억1800만 위안으로 하향 조정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 기사에서 "일본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무모한 움직임을 계속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추가한다면 불확실성이 심화돼 경제 하방 압력이 증폭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어 회복의 길은 점점 더 험난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jju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