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냐 실책이냐" 中의 대만 벌집 건든 다카이치…외교력 시험대

日 다카이치의 中 '레드라인' 침범과 정치적 계산…韓과 관계 악화 이슈는 피해
무력충돌 가능성 낮지만 中 희토류 카드 꺼내들 가능성…日 경제 전체 혼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5.10.31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는 발언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국의 갈등 양상 국면은 상당 시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갈등의 배경과 추가 긴장 고조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중국은 왜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나

일본은 전후 평화헌법에 따라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표방해 왔는데, 아베 신조 내각은 2015년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특정 상황에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연 법적 용어로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일본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태를 말한다. 그러한 상황에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위대가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추상적인 설명에 머물렀던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보다 크게 나아간 것이었다. 중국은 이번 발언을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격렬하게 반발, 양국 간 긴장이 최근 크게 고조됐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단 한 번도 통치한 적이 없지만 대만이 중국의 분리될 수 없는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만 통일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을 우선하지만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 외교에서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어떤 외세의 간섭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왜 대만 문제를 건드렸나

대만 문제를 고리로 한 중국에 대한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으로, 정치적 노림수로 읽힌다. 일본 경제산업성 출신의 정치 평론가 코가 시게아키는 지난달 28일 아에라(AERA) 칼럼에서 "일본의 여론은 지난 10년간 극단적으로 혐중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극우 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대중 강경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극우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던 우익 노선을 계승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일본 내 강경 보수 및 극우 성향 유권자들과 정치 세력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코가 평론가는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한 역사 수정주의적인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도 한국과의 양호한 협력 관계는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만 문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봤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을 긍정 평가했다. 신문은 '총리 존립 위기 사태 발언은 정당하다'는 제목의 지난 17일자 사설에서 "총리가 발언을 철회한다면,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이 일어날 위험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며 "철회야말로 위기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도 좌파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이 중국과의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켰다"고 질타했다.

중국 주재 일본 외교관 출신인 미야케 구니히코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80%를 넘는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율을 언급하며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를 약화하려 압력을 가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녀의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을 수는 있지만, 역사는 일본과 중국이 민감한 문제로 충돌했을 때 일반적으로 수개월의 외교적 동결 이후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와세다 대학의 일중 관계 교수인 아오야마 루이는 "중국의 반응은 지금까지 매우 강했지만, 매우 계산적"이라며 "중국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10.31. ⓒ AFP=뉴스1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에 대한 중국 내 항의 시위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지만 그 영향은 일본에서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글로벌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견뎌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당국이 경제 둔화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모든 종류의 대중 시위를 일반적으로 경계하고 있단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짚었다.

캐논 글로벌 연구소의 미네무라 겐지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양국 간 긴장이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은 있나?

대규모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무척 낮지만, 전문가들은 센카쿠 열도 및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과 같은 곳에서 우발적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갈등이 양국 간의 경제 및 인적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여행객과 학생들에게 일본을 피하라고 경고하면서 전날(17일) 개장과 함께 일본 소매 및 관광 관련 주가가 폭락했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일본에는 12만 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었고, 지난 9월 기준 1년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922만 751명이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관광 자제령'으로 1년간 인바운드 소비 감소액이 2조 2124억 엔(20조 85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한 중국 당국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영화 '일하는 세포'의 중국 개봉이 잠정 연기됐다고 밝혔다. 관영 매체들은 이 지연이 중국의 대항 조치 일환이라고 시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18일 베이징에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 국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다만, 일본 NHK는 중국 측이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태가 진정으로 이어질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도쿄 긴자의 쇼핑가에서 17일(현지시간) 중국인 관광객이 도로를 건너고 있다. 2025.11.17 ⓒ AFP=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위험은 중국이 예상보다 일본 경제와 기업에 더 큰 압박을 가할 경우 발생한다"며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의존하는 핵심 광물 공급은 중국이 가진 확실한 통제 수단 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희토류를 추가로 무기화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가 평론가 역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일본 경제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보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일본에 의한 사실상의 선전포고 예고와 같으니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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