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인식' 충돌…日 '자위권' 시사에 中 "죽음의 길·매우 악질"

다카이치 총리 "대만 유사시 일본 존립 위기 사태 볼 수도" 발언 파장
中총영사 "더러운 목 베어버릴 수밖에" 원색 비난… 日 "강력 항의"

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04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양은하 기자 = 중국과 일본이 일본 신임 총리의 대만 관련 인식을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일본의 존립 위기로 간주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발언에 중국 측이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가 최근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며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대 정치문서 정신 및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답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직 총리로서 이같은 언급은 처음이다.

존립 위기 사태는 2015년 제정된 안보 관련 법에서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과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일본은 제한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자위대의 방위 출동이 가능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7일의 답변이 정부의 기존 견해에 따른 것이라며 "특별히 철회·취소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며 이를 "정부의 통일된 견해로 낼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지난 8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멋대로 끼어든 그 더러운 목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는 원색적인 비판글을 올렸다.

이어 9일에는 "'대만 유사시가 일본 유사시다'라는 것은 일본의 일부 머리가 나쁜 정치인들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패전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승복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헌장의 구 적국 조항을 완전히 망각한, 너무나도 무모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재외공관 수장의 발언으로서 극히 부적절하다"며 중국 측에 강한 항의와 함께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해당 게시물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어 "그동안 오사카 총영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중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이날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한 정치적 약속과 심각하게 부합하지 않고 그 성격과 영향력이 매우 악질"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하며 일본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의 대만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통일을 이룰지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며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지도자의 발언은 도대체 '대만 독립' 세력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고 중국의 통일 대업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가, 도대체 중일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린 대변인은 "일본은 한 때 대만을 식민 통치해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일본 지도자가 대만 해협 문제에 개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국제 정의를 짓밟고 전후 국제 질서를 도발하는 것이자 중일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 확고한 의지와 충분한 자신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통일 대업에 개입하고 방해하려는 모든 신호를 단호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즉시 중국 내정 간섭과 도발을 중단하고 잘못된 길로 점점 더 멀리 가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