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혐중시위차단법 논란?…日은 재일동포 보호 '혐오발언금지' 입법
日극우 재특회의 조선인학교 위협 시위로 사회문제화…"바퀴벌레 조선인" 등 혐오구호 난무
2016년 입법 후 지자체 차원 조치 나서…"시위 감소 등 효과, 처벌규정도 넣어야"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내 혐중(嫌中) 시위를 겨냥해 '특정 국가 및 국민에 대한 모욕·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일각에서 위헌성 및 평등권 침해, 표현의 자유 과도한 제한 등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 재일 한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홍역을 겪으며 이를 막기 위해 법제화를 진행한 바 있어 구체적인 도입 과정과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불법 점거" "북한 스파이 양성 기관" "조선 야쿠자 나가라!"
2009년 12월 극우단체 '재일 (한국·조선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소속 회원 10여 명은 교토 조선제일초교 정문 앞을 돌며 확성기로 욕설을 퍼부었다. 교내에 있던 학생 약 170명은 위험을 피해 강당에 모였는데, 일부는 무서워 울기도 했다.
학교 측의 인근 공원 부정 점유를 항의한다는 취지였는데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막무가내 혐오' 시위는 약 46분간 이어졌다. 학교 측의 신고로 경찰관이 출동했지만, 구두로 주의만 줄 뿐이었다. 당일 촬영된 영상은 유튜브 등에 게시돼 사태가 확산됐다.
이듬해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이 시위에서는 "바퀴벌레 조선인, 구더기 조선인은 조선반도로 돌아가라" 등의 혐오 구호가 나왔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민·형사 소송으로 시위를 주도한 몇몇 인물은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민사 재판에서는 1200만 엔의 손해배상이 명령됐다.
형사 재판 자체는 일본 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손해배상액이 커서 많은 언론이 이를 다뤘다. 이는 일본 국민들이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라는 단어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발족 이후 진행된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 추세에 편승해 혐오 시위도 극단화됐는데 '교토 조선학교 사건'은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했던 '넷 우익' 등이 외부에서 활동하게 된 중요한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내전이나 정치적 박해를 피해온 쿠르드인들 그리고 불법 체류 필리핀인들에 대한 항의 시위 등이 빈번하게 열렸고, 익명 게시판이나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상에서도 차별적 표현이 확산하면서 일본에선 '혐오 발언'이 사회 문제가 됐다.
이에 대책의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16년 '본방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 해소를 위한 노력 추진에 관한 법률(혐오 발언 해소법)'이 제정됐다.
'혐오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언하는 이 법률은 '본방 외 출신자'(외국 출신 거주자)에 대한 차별적 의식을 조장·유발하는 목적으로 공연히 그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에 해를 끼치는 취지를 고지하거나 본방 외 출신자를 현저히 모욕하는 등 본방 외 출신을 이유로 그를 지역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것을 부당한 차별로 규정한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책무로 하고, 국민들은 부당한 차별적 언동이 없는 사회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배려 때문에 벌칙 등은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에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에 계발 활동 및 교육 활동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시 일정한 징역 또는 벌금형을 직접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근거 법률이 만들어지자 각 지자체가 이에 근거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식으로 진행했다.
도쿄도나 가와사키시 등에선 '혐오 발언'을 행하는 단체 등에 대해 공원이나 시민회관 등의 공공시설 이용을 막을 수 있는 조례를 마련했다. 교토부와 교토시 등은 조례가 아닌, 이용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오사카시 등은 확산 방지 조치를 취하거나 '혐오 발언'을 행한 자의 이름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가와사키시에서는 일본에서 최초로 형사 처벌을 부과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시의 권고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차별적인 언동을 3번 반복할 시, 최대 50만 엔의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혐오 발언 해소법'에 근거하지 않고도 혐오 발언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한 경우, 기존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민사 재판에선 손해배상을 명령받을 수 있다. 일본에선 최근 들어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손해배상이 인정된 재판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혐오 발언 해소법에 처벌 규정이 없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리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2023년 7월 마이니치신문에 "혐오 발언 해소법 시행 후, 관련 시위가 상당히 감소하는 등 일정 부분 효과는 있었지만 차별적인 주장을 길거리에서 반복하는 '혐오 선전(街宣)'이나 인터넷상의 차별적인 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법이 이념법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약하다는 것이 과제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이나 피해자 보호 및 구제 등은 국제 인권법상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혐오 발언'을 방치하면 '혐오 범죄(폭력, 재산 피해 등 범죄 행위)'로 이어진다. '헤이트 크라임'은 특정 속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인 동기에 기반을 둔 것으로, 일반 범죄와는 다르다.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같은 속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사회에 차별과 폭력을 확산시킨다"고 덧붙였다.
allday3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